대기업이나 유망 중소기업도 아닌 일반 음식점 종업원의 '삶'을 인생의 평생 직장으로 삼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구나 선뜻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최소 5년에서 최장 20년까지 장기근속 종업원이 주를 이루는 충북도내 한 음식점이 있어 화제다.


 

   
▲ 이미덕 가화한정식 대표와 직원들이 30일 식당건물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 있는 '가화한정식'에서 근무하고 있는 25명의 직원들.

현재 이 식당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지난 1991년 12월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이미덕(56)대표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오고 있다.

이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우리 업소에는 사장과 종업원이 아닌 가족만 존재한다'라는 이 대표의 평소 경영 철학에서 볼 수 있듯이 직원들을 내 가족으로 여기고, 복리후생을 아끼지 않았기에 이들의 가족 같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과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적용과 함께 퇴직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을 한 가족처럼 배려해 왔다.

특히 70세가 넘어 퇴직한 장기근무 직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고, 가정 형편을 고려해 임시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등 직원들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보살피며 챙기는 자상한 딸이자 큰 언니의 역할을 대신 해왔다.

33세의 나이에 일을 시작한 차옥경(53) 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6살이었던 아들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며 "이곳에서 아이를 키웠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얼마나 더 근무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화한정식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가족애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와 2~3년 전 경제침체기를 겪으면서 손님이 뚝 끊겨 경영상에 어려운 시기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직원들 스스로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등 한마음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기쁠 때나 슬플 때 서로에게 의지하고 의지하며 다져진 이들의 관계는 어쩌면 친가족보다 더 끈끈했다.

이 대표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모두 함께 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현재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이들과 최고의 맛과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을 만드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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