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이 올 들어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칫 ‘베르테르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시 25분경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KAIST 4학년에 재학 중인 A(25)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이 명백한 상황이고 유가족 요구에 따라 부검 절차 없이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아 현재로서는 4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온 조울증에 의한 자살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잇단 자살 소식에 KAIST는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학교에서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알려진 A 씨는 지난해 군 제대 후 복학해 누구보다도 학업에 열중했고, 이번 학기부터는 주로 창업과 관련한 수업을 수강하면서 졸업 후 진로 준비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KAIST 관계자는 “평소 조울증을 앓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 직원을 비롯해 학생들 모두 충격에 휩싸인 것을 물론 잇따른 자살 사건이 ‘베르테르 효과’ 때문이란 걱정스런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한 재학생은 “2번째 자살소식을 듣고 혹시 자살이 잇따르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잇따른 자살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한경쟁을 거듭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적잖은 부담감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명의 전화 관계자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한계상황에 다다르면 자기도 모르게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면밀한 관찰과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 1학년 B(19) 군이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고, 이달 20일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과학고 출신 2학년 C(19) 군이 자살하는 등 3달 사이 KAIST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