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 경증 외래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안이 확정된 가운데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들은 의료전달 체계 실패의 부담을 환자에게만 떠넘기는 것이며 대형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부담만 키운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대형병원 경증 외래환자 집중화를 완화하기 위한 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 감기 등 경증질환으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약제비 본인부담률은 현행 30%에서 50%로, 종합병원은 30%에서 40%로 인상된다.
기존에 감기와 같은 경증(의원의 다빈도 상병) 질환으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낸 약제비 본인부담액이 3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방안이 확정된 이후 본인 부담률은 상급종합병원에서 5만 원, 종합병원에서는 4만 원으로 인상된다는 뜻이다. 충북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충북대병원이 있고 종합병원으로는 한국병원과 성모병원, 청주의료원 등이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에 경증 환자 부담률을 올린다고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과 대형병원 의사들의 진료왜곡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돈을 더 낸다고 해서 기존에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질환과 특성상 다니던 병원을 쉽사리 바꾸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복지부는 그동안 상급병원과 종합병원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꾸준히 올렸지만, 오히려 지난해 상급병원의 환자는 지난 2009년과 비교해 1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적잖은 반발도 예상된다. 기존보다 약값을 더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경증이라고 해도 질환 특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곳(대형병원) 으로 오는 사람도 많은데 약값 때문에 동네의원으로 가겠느냐”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대형병원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올릴 것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의 부담률을 낮추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경증 질환 여부는 환자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진료하는 것인데 극단적으로는 대형병원 의사들이 동네의원에 환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증을 중증으로 진단하는 진료왜곡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