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른바 보령 ‘청산가리’ 살인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던 피고인 A(73) 씨에게 24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본보 1월11일자 5면 보도>대전고법 형사2부(재판장 신귀섭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초 이 사건은 2009년 4월 29일 오후 11시 39분경 충남 보령에 사는 A 씨의 부인 B(72) 씨가 돌연 사망하고 이튿날 오전 A 씨 집에서 100여m 떨어진 C(81) 씨와 D(80·여) 씨 부부 역시 숨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 조사결과 숨진 B 씨는 보리차나 둥글레차에 탄 청산가리를, C 씨 부부는 누군가 집에 메모와 함께 놓고 간 피로회복제 음료, 캡슐에 든 청산가리를 먹고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최초 신고자인 A 씨를 범인으로 지목, 구속했다.
유력한 범행 동기는 A 씨가 인근에 사는 여성과 내연관계에 있었고 이를 못마땅해 하는 이웃과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했지만 피고의 상고로 사건을 재검토한 대법원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하게 하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청산가리를 보관한 장소와 기간 △청산가리 전달자의 행적 △16년이나 지난 청산가리가 독극물로서 효능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었다.
또 이 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 A 씨 역시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사형까지 선고된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대전고법으로 돌아온 이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청산가리 독성여부 및 필적감정, 서울대 법의학교실의 부검소견, 청산가리 보관장소 현장검증, 새로운 증인채택 등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이 오랜 기간 범행을 준비하고, 무고한 3명을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범죄의 위험성으로 볼 때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불우한 환경이나 범행 방법이 잔혹하지 않은 점, 70대 노인이고 협심증 치료가 필요한 점 등으로 미뤄 사형에 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원심에서 판단한 무기징역은 적정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점에 대해 “원심과 환송 전 항소심에서 채택한 증거, 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제시된 새로운 증거를 비롯해 국과수의 필적 감정 및 서울대의 사실조회 결과, 청산가리 전달자의 하이패스 카드 거래내역, 현장 검증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공소사실이 진실하다고 충분히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조만간 상고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다시 상고될 경우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