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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행성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운영해 4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5명의 일당이 검거됐다. 23일 충남지방경찰청 지방기자실에서 사건 브리핑에 앞서 형사들이 증거물을 정리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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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삼아 시작한 스포츠 베팅에 이렇게까지 빠져들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1년여 간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이용해온 A(27) 씨는 23일 스포츠 베팅을 ‘늪’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날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적발한 유사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수천만 원의 베팅금을 걸고 도박을 해온 A 씨가 1년간 쏟아 부은 돈은 6000여만 원에 이른다.
이 사이트 뿐 아니라 10여 개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이용했다는 A 씨는 한 경기에 적어도 40만~50만 원, 하루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돈을 걸었다고 말했다.
또 돈이 떨어지면 지인이나 금융기관을 통해 3000만~4000만 원의 대출을 받거나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공식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베팅할 수 있는 경기 수가 제한돼 있지만 불법 사이트는 다수의 국내외 경기에 돈을 걸 수 있어 한번에 500만~1000만 원 씩 미리 충전하는 때가 많다”며 “대부분 배당금을 많이 받기 위해 10여 개의 유사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가 처음부터 ‘도박의 늪’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축구경기를 좋아했다는 A 씨는 남들처럼 공식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해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제한된 베팅 횟수와 금액에 답답함을 느낀 A 씨는 지인의 소개로 불법 베팅 사이트에 접근하게 됐다. A 씨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 10명 중 8명은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베팅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다”며 “불법이다 보니 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베팅금액의 제한이 없고 적중시 한 번에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어 끌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천만 원의 돈을 잃기도 했지만 운이 좋아 한번에 3700만 원까지 배당금을 받은 경험이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박의 늪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그는 “스포츠토토에 빠지는 사람들 거의가 일용직 근로자나 학생, 회사원 등 서민이다”라며 “로또보다 확률이 높고 한방이면 거머쥐는 돈이 많아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A 씨는 불법 베팅사이트의 무분별한 홍보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부분 불법 사이트들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는 물론 스포츠 관련 뉴스나 중계 동영상의 댓글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운영자 등을 중심으로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서민경제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고려, 불법 홍보자는 물론 고액의 돈을 걸고 상습적으로 이용한 사용자들까지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