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고가 지난달 22일 2800만 원을 들여 설치한 청동 솟대. 지나친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미신숭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규철기자  
 

충북도내 유일의 자율형 공립고인 청원고가 수천만 원을 들여 동(銅)으로 제작한 솟대를 설치해 예산낭비 논란을 빚고 있다. 청원고는 지난달 22일 학교 기숙사 입구 정원에 청동으로 된 솟대 7개를 설치했다. 학교 측은 청원고의 이념인 '세계로, 미래로, 으뜸 청원고, 세계를 가슴에'를 표현하고 학생들의 정서함양, 자긍심과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치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당초의 긍정적 취지와는 달리 청원고가 솟대 설치를 위해 학교시설확충비에서 수천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원고는 솟대 설치를 위해 지난해 12월 4차 추경을 심의하면서 2000만 원의 예산을 세운데 이어 올해 2월 열린 5차 추경에서 또다시 550만 원, 자산시설비에서 250만 원 등 모두 2800만 원의 예산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솟대를 설치하면서 학생이나 학부모, 교직원 등에게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일방적 설치했다.

학교 안팎에서는 솟대를 외부에 시설비를 들여 설치하지 않고 특별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설치했다면 더욱 의미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민 A(청주시 상당구) 씨는 "수천만 원씩 들여 솟대를 설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통문화예술측면에서 솟대를 설치한다면 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 제대로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또한 "솟대제작에 수천만 원씩 들일 여유가 있다면 우수한 신입생 유치나 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또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B(여·청주시 상당구) 씨도 "솟대는 애니미즘에 근거하고 있어 미신적 요소가 있음에도 이를 학교 내에 설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차라리 십자가와 불상도 함께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솟대 설치를 제안한 C 전 교장은 "솟대라는 조형물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고 학교에 세우는 것이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입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학생들을 보면 눈물겹게 하고 있는데 간절한 소망 같은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C 전 교장은 또한 "예산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작품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나무로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없어 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문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양해는 구했다"며 "운영위원회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qc258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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