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방사능 유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원자력발전시설에 대한 위험성을 거론하며, 지진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의 안전망 구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15일 교육과학기술부, 대전시,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원자력연 내에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원자로가 20%의 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가동되고 있다.
하나로원자로는 산업·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및 핵연료 등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1995년 준공된 후 그동안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달 20일 ‘백색비상’ 발령과 함께 중단됐다가 23일 만에 재가동됐다.
실제 이 연구시설에는 지난 2004년 5월 냉각펌프 보수 공사 중 중수 501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방사성 요오드(1-131) 검출, 작업 중 연구원 피폭, 실험실에 보관 중인 우라늄 시료상자 분실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전지역은 원자력연과 한전원자력연료㈜,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등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2만 7507드럼(200ℓ·지난해 말 현재)이 저장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수치는 비록 중·저준위라고는 하지만 전국에서 고리(4만 670드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방사성폐기물 보유량으로 울진, 영광, 월성 등 원자력발전시설 지역보다 더 많은 방사성폐기물이 저장돼 있다는 특성이다. 그러나 하나로원자로와 함께 다수의 방사성폐기물이 지역에 포진돼 있지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은 관련 법 미비로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원자력연에서 우라늄시료가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진행된 하나로원자로 주변지역의 환경방사능 측정조사 용역사업도 1억 2800만 원 전액이 시비로 편성, 집행됐다.
당시 대전시는 “하나로원자로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건강검진, 안전시설 구축, 환경방사능 측정·조사 등의 업무는 모두 국가사업으로 전액 국비로 진행돼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당시 정부는 “지원을 위한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단 한 푼의 국비도 지원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일본 대지진에 따라 국내 원자력발전소 및 석유비축기지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지만 하나로원자로는 연구용이고, 내륙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이번 점검계획에서조차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연쇄 폭발을 계기로 국내 원자력발전소 내 지진에 대비한 냉각수 가동 시스템을 단계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대전의 경우 발전시설이 아니고, 지진해일 등의 피해 우려가 없는 내륙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현행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원자력발전시설 및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만 가능토록 명시돼 있다”면서 “원자력 선진국가로 가기 위한 필수시설로 하나로원자로가 존재하는 만큼 발전시설에 준하는 지원과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