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주시에서는 실무부서가 수립한 용역계획이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까지 크게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실무부서의 내부검토를 거친 용역과제는 예산심의에 앞서 '용역과제 심의대상 의견제시의 건'을 통해 시의회 소관 위원회의 의견청취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심의 과정이 아닌 시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실무부서에서 용역과제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에 대한 의회의 소견이나 당부를 듣는 과정에 불과하다. 절차상 허점이 드러난 이상 무분별한 용역발주를 제동 걸 시의회의 조례개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용역시행의 타당성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은 이어 갖게 되는 용역과제심의위원회다. 시관계자, 시의원, 각계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용역과제심의위는 용역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심의하는 한편 용역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즉 용역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과제 선정 심사인 것이다.하지만 이같은 목적으로 지난 2005년 도입된 용역과제심의위의 역할은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게 청내 안팎의 전언이다.
용역에 대한 사전 심사를 수행하고 있으나 이미 부서검토 단계에서 용역추진에 동의한 바 있는 집행부 간부들이 사실상 위원회 운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원회 구성은 위원장에 부시장을 필두로 국장급 공무원이 다수 참여하게 되며, 외부 전문가들조차 관계공무원들에 의해 선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의회 위원회 별로 각 1명씩 4명의 의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고는 있으나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특정용역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그 의견이 반영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후문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심의안건은 별무리 없이 가결되고 있다. 올해 본예산 심의에 앞서 열린 용역과제심의위만 하더라도 전체 59개의 용역과제가 상정됐지만 일부 용역기간과 용역금액만 수정됐을 뿐 기각된 과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앞서 이뤄지는 절차는 소위 요식행위일 뿐 최종적으로 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책정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용역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시의원이 참여한 심의위를 통과했다는 절차상 명분과 간부 공무원들의 의지에 따라 사안의 시급성과는 상관없이 설득 또는 사전 물밑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 반영 시점에만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용역발주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용역발주 관련 소속부서 간부공무원이나 단체장이 특정 수탁기관에 ‘용역 밀어주기’를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처럼 손쉽다는 얘기다. 최근 수년간 시가 발주한 특정분야의 용역을 수주한 일부 대학의 연구소 등과 관련 공무원과의 유착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시 관계자는 "용역과제심의위를 통과하더라도 예산반영이 되지 않으면 용역발주가 불가하다고는 엄살을 부리지만 통상적으로 부서검토를 거쳐 의회 의견청취 과정만 무난히 거치면 해당 용역은 이뤄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용역과제심의위 참여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심사 대상이 되는 용역과제에 옹호적인 입장인 사람을 다수 모아놓고 벌이는 심의위가 제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최초 용역을 기획한 간부공무원의 의지가 용역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