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피 안묻히겠다?

2011. 3. 15. 00:56 from 알짜뉴스
    

이시종 충북지사가 6·2지방선거 때 톡톡히 덕을 본 각종 공약이 백지화되거나 전면 수정되는 등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 하나씩 풀어지고 있는 '공약 보따리'들이 막상 시행하려고 보니 여론에 부딪히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변수가 생기면서 결국 당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녔느냐는 비판이 적잖다.

이 지사의 공약 가운데 난관에 부딪히자 무산시킨 프로축구단 창단, 정치적 후원자들이 등을 돌린 4대강사업 입장 번복, 귀족도지사란 수식어를 붙게 한 관사개방 등은 지역내 갈등과 논란만 불러왔다.

우선 남자프로축구단 창단은 무산되는 대신 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 연고지 유치로 마무리되면서 용두사미 격이 됐다. 사실 프로축구단 창단은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도는 처음부터 프로축구단과 관련해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에 충북의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부족한 재정사정 때문에 관중동원의 열쇠인 스타급 선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등의 난관에 봉착했다.

고민 끝에 도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겠다며 공청회 및 토론회를 수차례 열긴 했지만 알맹이 없이 비슷한 내용만 오간 탓에 '이 지사의 프로축구단 창단 공약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견해도 번복하면서 이 지사의 정치적 후원자인 시민단체가 등을 돌렸다. 이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지사는 취임 직후 학계,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재검토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국토해양부 담당 본부장을 만나 ‘큰 틀에서 찬성한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검증위가 활동 3개월여 만에 '조건부 찬성'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최종 판단의 공을 넘겨받은 이 지사는 ‘검증위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지켰다. 검증위는 이 지사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난을 최소화하고자 일종의 출구전략 차원에서 보 높이를 현재 수위로 맞추고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 대책을 수립하는가 하면 주변 둔치를 가급적 자연상태로 둘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환경단체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사개방 공약은 지켰지만 지역 내 갈등과 반목을 불러왔다. 이 지사는 권위주의의 상징물이라는 명목으로 청주시 상당구 수동 옛 지사관사를 도민들에게 개방했다.

개방된 관사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되긴 했으나 눈길을 끌 만한 공연·전시가 없는데다 낮은 접근성 등으로 '텅 빈 집'이 됐다. 이 지사는 물론 도청 공무원들조차 발길이 뜸하다 보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한 이 지사의 호언장담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이 된 셈이다. 도가 '궁여지책'으로 4000만 원을 들여 충북개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활용방안 없는 옛 관사를 공약이행이라는 명분으로 무작정 개방한 이 지사는 혈세 4억 2000만 원을 들여 155㎡(47평) 고급 신축아파트를 매입했다.

도의회에서 관사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고, 정치권에서도 관사매입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지만 이 지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정우택 전 지사 때 추진했던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사업을 전면 수정하면서 태동한 오송바이오밸리 사업과 관련해서도 민선 4·5기의 대결양상을 불러왔다.

이 지사의 ‘오른팔’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이 ‘그린시티사업은 도민현혹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선 4·5기 핵심자간 갈등과 반목을 야기시켰고, 도민들에게도 혼동을 줬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이 지사의 공약이행 과정에서 화합보다는 논란과 갈등만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 지사가 공약이행과 관련된 견해를 소신껏 밝혀 때론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취임 후 줄곧 비난가능성 있는 공약과 사업은 검증위와 토론회 등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제 손에 피 안 묻히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선거당시 대형 홍보현수막에 축구 슛장면을 연출하면서까지 의지를 표현하더니 이제와서 ‘프로축구단 창단이 어렵다'며 공약을 백지화한 것은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표심을 잡기위한 헛공약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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