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 주부 김현진(27·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 닥친 물가폭등에 갈수록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출은 되레 늘었고, 저축은 이제 남의 얘기가 돼버렸다. 김 씨 부부의 평균 월소득은 250만 원 남짓. 아이 하나를 둔 전형적인 '서민형' 부부다.
전세자금대출(5000만 원) 이자 25만 원, 20만 원 안팎의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13만 원, 보험료 15만 원 등 매달 70만 원 이상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결국 180만 원 남짓의 돈으로 생활하며, 아이도 키우고 저축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가계운영에 세 가지 큰 고민이 생겼다.
우선 사상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유류가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한 달 평균 20만 원이었던 유류비가 30만 원까지 늘었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자가운전이 불가피해 대중교통 이용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치솟는 물가 탓에 씀씀이를 줄여도 생활비는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식비라도 아끼고자 한 달 평균 3차례 하던 외식도 한 번으로 줄이고 휴일엔 야외활동도 자제하고 있지만 생필품 물가가 무서울 정도로 올라 절약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 분유값이나 기저귀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먹고 쓰는 것인데 질이 떨어지는 상품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출이 날로 커지다보니 올들어 저축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저축을 통해 대출원금 상환도 계획해야 하지만 더 이상 씀씀이를 줄일 구석이 없다.
김 씨는 "수입은 몇 년 째 제자리인 반면 의식주 물가부터 기름값까지 어느 하나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며 "지출은 늘고 생활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갈수록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민가계가 파탄 직전까지 몰리고 있지만 경제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14.6)보다 4.9p 증가한 119.5를 기록했다. 이 중 식료품 물가지수는 132.1로 전년 동기대비(118.7) 13.4p나 폭등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인상하고, 총액대출 한도 금리도 0.25% 올렸다.그러나 대부분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물가상승률을 전망하면서 당초 상반기 3.7%보다 여건이 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물가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해 앞으로 서민가계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2010년 12월 | 2011년 1월 | 2011년 2월 | |
식비 | 32만 원 | 35만 원 | 31만 원 |
대출금(변동금리) | 25만 원 | 25만 원 | 25만 원 |
유류비 | 20만 원 | 25만 원 | 30만 원 |
아파트 관리비 | 18만 원 | 20만 원 | 19만 원 |
통신비 | 13만 원 | 13만 원 | 13만 원 |
보험료 | 7만 5000원 | 15만 원 | 15만 원 |
양육비 | 52만 원 | 56만 원 | 58만 원 |
경조사비 | 20만 원 | 15만 원 | 25만 원 |
기타 | 30만 원 | 30만 원 | 30만 원 |
저축 | 30만 원 | 20만 원 |
<전업주부 김현진씨의 3개월 가계수지>
▶수입 남편급여-월 2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