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의 한 빌라에서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3명이 연탄을 피워놓고 집단으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자살사이트 운영자 처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2월 22일자 3면 보도>경찰은 3명의 컴퓨터 하드 등을 분석해 이들이 동일하게 가입한 자살사이트와 운영자를 찾아낸다는 계획이지만, 처벌에 대해서는 범죄와의 관련성 등을 들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집단자살한 3명 중 집주인 박모(26·청주) 씨의 컴퓨터의 하드 등의 검색 기록과 접속 기록 등을 분석해 포털사이트 등에서 자살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기록을 찾아내고 함께 자살한 권모(27·부산) 씨와 김모(21·대전) 씨의 컴퓨터 등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권 씨와 김 씨의 컴퓨터 검색과 접속 기록 등에서 박 씨 컴퓨터와 동일한 점과 가입한 카페 등 자살사이트를 찾고 있지만, 자살사이트 운영자 처벌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처벌에 고심하고 있는 것은 형법상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조언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지만, 이를 밝혀내기까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집단으로 자살한 이들 3명이 같은 사이트에 가입한 뒤 운영자와의 쪽지 혹은 댓글 등을 통해 자살 방법 등을 조언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운영자를 자살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단지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2005년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독극물 구입에 관한 정보 등을 제공해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자살사이트 운영자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형법상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원조해 자살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자살을 방조한다는 인식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은 자살한 사람들의 자살행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도 경찰이 집단자살한 3명과 운영자와의 자살 실행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운영자를 찾아내더라도 처벌을 하지 못하거나 ‘솜방망이’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권 씨와 김 씨의 컴퓨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자살을 실행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자살사이트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고 운영자가 자살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