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일단 하고 보는거야(?)'
청주상당경찰서가 '포장지만 바꿔 씌운' 이벤트성 치안정책을 추진, 내부에서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주상당서는 지난 8일 ㈔아마추어무선연맹 청주시지부와 범죄예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각종 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사건·사고 발생시 청주·청원지역 아마추어 무선회원 1500여 명과 경찰이 서로 간 무선 전파를 통해 사건을 전파하고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게 골자다.
이번 협약으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기대보다 회의적 반응이 우세하다.
이미 경찰이 협약단체만 다를 뿐 내용이 흡사한 MOU를 체결했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전례가 있기 때문.
지난 2009년 7월 청주흥덕서가 충북지방경찰청의 '협력치안정책'에 부응하려 ‘개인택시 실시간문자통보시스템’을 시행했다. 이 시스템은 지부 소속 택시기사 2500여 명이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실시간 문자통보시스템을 통해 경찰로부터 사건내용을 전달받아 제보나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택시기사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표창을 수여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2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성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했다. 시행 초기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것과 달리 거둬들인 성과가 없다 보니 경찰내부에서조차 ‘행정력 낭비’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 협약을 보면 대상만 다를 뿐 내용은 유사한 것으로, 실패한 치안정책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적잖다.
유동성과 신속성을 고려할 때 무선회원보다 택시기사와의 협약이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무선연맹과의 협약이 실효성 없는 '빈 껍데기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불법감청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사설응급구조단과 차량견인업체들이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경찰의 112지령실 통신 내용을 감청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실제 응급구조단과 견인업체, 심지어 불법업소의 종사자들이 불법감청을 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찰과 아마추어 무선회원 간의 무선전파가 제3자에게 흘러들어가거나 불법감청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경찰관은 "일선 경찰서에서 앞다퉈 MOU를 체결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 무선연맹과의 협약을 섣부르게 추진한 것은 아닌가 한다"면서 "성공한 정책을 시행해도 반드시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다가 중단된 것을 답습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