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출발했고, 일정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여전히 개선·보완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질책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전문가들은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크게 ‘의원 자질론’과 ‘의회 본연의 기능(집행부 견제·감시) 미비’라는 두 가지를 꼽는다.
전문가들은 “이권개입, 감투싸움, 전문성 부족 등에서 기인하는 ‘의원 자질론’에 대한 책임은 선거에서 이들을 선택한 유권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의회 본연의 기능 회복에 대해선 “의회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 도입 등을 통해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보좌관 도입을 통해 의원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인사권을 독립해야만 자치단체(집행부)에 대한 공정한 견제·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사권 모순= 지방의회의 가장 큰 기능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의회가 주민을 대신해 자치단체가 혈세를 허투루 낭비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의회 사무처 인사 체계에선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방의회의 주장이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는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 때문이다.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감사기관인 의회에서 근무하지만, 임명은 지방의회 피감사기관(집행부)의 수장인 자치단체장에게 받는다. 결국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집행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결과를 낳았고, 전문성 저하는 물론 때때로 의회 사무처가 의원들에게 집행부의 입장에서 항변해 주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같은 폐단을 없애자는 것이 의회의 인사권 독립 주장의 근거다. 국회처럼 ‘의회직’을 선발해 집행부의 압력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사무국장은 “현재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관계는 수평관계라기 보단 ‘강한 단체장’-‘약한 의회’라는 모습”이라며 “인사권 독립으로 집행부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보좌관 도입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면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상당 부분 형성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회의원들도 그동안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제를 허용하는 관련개정안을 7~8차례에 걸쳐 발의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이 인사권을 의장이 행사토록 하고, 광역의회에 ‘지방의회 인사교류협의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은 배경에는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자치단체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은 현행법(지방자치법)을 이유로 의회의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속내는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 도입을 통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는 자치단체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보좌관 도입은 국회의원들의 거부감이 심하다. 지방의회 위상이 강화되면 이들을 ‘컨트롤’하기가 버거워 질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 있다.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7~8건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책상 위에서 먼지만 뒤집어 쓴 채 남아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 선결 요건= 충남대 육동일 교수(자치행정학과)는 의회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 도입에 대해 “지방의회 위상과 권한 강화, 독립성 차원서 필요하다”면서도 “이에 앞서 지역주민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참여연대 문창기 사무국장은 “의원 보좌관 제도를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의원들의 인식 부족과 자질 부족으로 인해 보좌관이 자칫 의원들의 사적 비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 국장은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 도입이 현실화되더라도 이 제도들이 악용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의원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