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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를 비하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안혜자 시의원이 지난 4일 청주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 ||
청주시의회 안혜자 의원(민주당)이 충북대학교 행정대학원 모임에서 불교계를 비하하는 음담패설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안 의원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불교계에서는 ‘명백한 불교 폄훼 행위’라며 안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출당, 민주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민주당이 거머쥔 충북의 지방권력과 불교계와의 내재된 갈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개요
안 의원은 지난 1일 충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우회 모임에서 불교를 비하하는 음담패설이 담긴 유인물을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안 의원은 “인터넷에 이런 글이 떠돌고 있는데 모임에 불심이 깊은 회원들이 있어 이들을 통해 불교계에 이를 알려 대응하라고 하기 위한 좋은 뜻으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안 의원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안 의원이 나눠 준 유인물을 법주사에 전달한 A 씨는 “안 의원이 그냥 읽어보라고 나눠졌을 뿐 ‘불교계를 비하하는 내용이 있으니 대응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를 통해 법주사 신도들에게 안 의원이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청주청원불교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4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연합회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한 후 곧바로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의원에게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 의원이 나눠준 유인물은 음담패설로 가득 찬 저질스런 내용”이라며 “청주시민들이 투표로 뽑아준 공인이기에 더욱 언행을 조심해야 할 공인이 이런 유인물을 배포한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일은 시의원으로 뽑아 준 청주시민을 우롱하고 특정종교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불자들은 안 의원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엄중히 단죄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안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 △민주당의 자체조사와 공식사과, 안 의원 출당을 요구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에 이어 안 의원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사과문을 통해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해 받아 별생각 없이 행정대학원 원우 중 신심이 깊은 불교신도들에게 이런 유인물이 돌아다니니 참고하고 대응하라는 뜻에서 전달한 것이 이렇게 큰일로 번질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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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청원불교연합회가 지난 4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연합회 사무실에서 불교를 비하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안혜자 시의원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덕희 기자 |
이번 파문과 관련해 안 의원은 여러 차례 불교계에 사과했고,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지난 4일 연합회장인 용암 스님(명장사 주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죄의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교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불교계가 이처럼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정치권과 불교계의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불교계는 연이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충북은 야당인 민주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불교계에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충북 지역에서는 청주시가 지난해 청주청원불교연합회가 매년 무심천에서 개최하던 유등문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불교계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난 4일 열린 연합회 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불교계 폄하 사건 등이 여러 차례 거론되며 정치권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