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해손실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맞게될 ‘세금폭탄’에 농가의 시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또 각고의 노력 끝에 구제역 폭풍을 견뎌낸 농가들도 발병 전 후 뒤바뀐 시세 탓에 맘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금공제 안되면 빚더미
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구제역 피해를 입은 도내 420개 농가 가운데 397개 농가에 대해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528억 원의 1차 보상금을 지급했다.
나머지 보상금은 가축상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최종 정산을 이뤄진 후 지급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가축매몰 처분의 재해손실 결정을 미루고 있자 피해농가들은 보상금을다 받기도 전에 세금걱정으로 또다시 시름에 젖었다.
가축매몰 처분이 재해손실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상금이 사업소득으로 간주돼 상당 금액을 종합소득세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돼지 8000마리를 살처분한 농가의 경우 약 25억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재해손실 대상에 제외되면 평소 3000여 만 원에 불과했던 종합소득세가 약 6억 500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결국 보상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더라도 '세금폭탄'에 농가의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구제역 살처분 보상비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담은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계획 중이며, 국세청은 재해손실세액 공제대상 여부를 검토중이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난 사항은 없는 상태다.
◆뒤바뀐 시세… 농민들 어쩌나
구제역 피해를 힘겹게 피한 농가들도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구제역 발병 전후 소·돼지 시세가 뒤바뀌다 보니 적절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에 따르면 큰 소(600㎏ 기준) 한 마리 출하가는 450만~470만 원대로 지난해 구제역 발생 전 가격(550만 원대)보다 14%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이들 농가들은 출하가 하락, 축사운영비용 상승, 지속된 방역활동 등 삼중고에 사육의지마저 꺾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축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은 "열심히 키워봐야 구제역으로 매몰한 소보다 싼데 방역을 해서 지켜봐야 무엇하냐"는 푸념까지 쏟아내고 있다.
실제 정부는 구제역 발생 전 가축시장을 통해 형성된 시세를 적용해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소의 경우 평년 시세인 마리 당 55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소 한 마리를 출하하는 것보다 100만 원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다.
돼지농가의 경우는 반대다. 돼지 한 마리(110㎏ 기준) 가격이 구제역 파동 전 37만~40만 원대에서 현재 60만~7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보니 구제역이 주춤해진 지금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특히 음성군의 경우 현재 살아남은 돼지가 1만 마리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에 비해 돼지 매몰량이 많다 보니 수급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소 축산농가의 경우 급락한 시세에 그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는 반면 공급불균형이 심각한 돼지는 구제역 피해를 최소화시켜 출하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어 구제역 예방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