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행정(行政)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나 사무를 행함, 보급·위생·수송 따위의 전술과 전략을 제외한 모든 군사 사항을 관리·운용하는 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전적으로도 행정의 범위는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최근 자치구들이 때 아닌 행정의 범위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의 방범용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요구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상응하는 재정부담은 물론 경찰과의 이원론적 관리체계 때문이다.
방범용 CCTV의 주 사용처는 경찰이지만 실제 설치 및 유지관리 업무는 자치구가 전담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실제 최근 강력범죄의 발생과 CCTV의 순기능이 부각되면서 치안불안에 떨고 있는 자치구민들은 너나없이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 서구에 따르면 관내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총 99대이다. 주로 갈마·월평동 등 이른바 원룸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서구 전역에 산재해 있다. 이와 함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CCTV는 24시간 감시의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선 자치구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CCTV 설치요구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이른바 ‘내 집 앞 CCTV’까지 요구하는 등 주기적으로 구청에 설치를 요구한다.
서구의 경우 관내 23개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통해 상습적 민원요구지 200개소를 확정했다. 서구는 올해 말까지 CCTV의 설치효율성을 따져 20~25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CCTV 설치 및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자치구 상황에서는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방범용 CCTV의 대당 설치비는 현재 1000만 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800만 원 상당의 CCTV를 설치했지만 올해는 해상도 문제로 인해 200만 원이 더욱 가중됐다. 여기에 대당 월 전기료는 4만 원 상당이며, 전체 CCTV의 회선료는 월 140만 원이 따라붙고 있다.
결국 서구가 20개소를 설치한다고 가정해보면 설치비 만 2억 원, 여기에 전기료·회선료·수리비 등 유지비 만 연간 620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대전지역 5개 자치구가 별반 다르지 않다.
동·중·대덕구 역시 CCTV 설치요구가 폭증하고 있고 유성구 역시 관내 경찰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CCTV 설치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사실상 방범용 CCTV의 주 사용처가 경찰이라는 점에서 자치구의 고심은 깊다.
사용은 경찰이 하지만 설치·유지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자치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민들도 CCTV 열람권이 없는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자치구는 재차 경찰서로 민원을 인계시키는 등 행정력 낭비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서구 관계자는 “CCTV는 주로 경찰이 사용하면서 정작 설치 및 유지 관리업무는 자치구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면서 “요즘 가뜩이나 폭증하는 CCTV 설치요구와 이에 상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구 관계자는 “자치구가 최소한의 치안력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CCTV 설치·유지를 자치구가 부담하는 것은 행정의 범위를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