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급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 불안했던 마음을 이제야 놓을 수 있네요.”

전세계약금을 불려볼 생각에 몇 달전 대전저축은행에 1억 6000만 원을 예치했던 김모(37) 씨는 지난달 17일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골머리를 앓아왔다.

영업정지 이후 지난 2주간 김 씨는 전세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누구보다 동분서주 했다.

부모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껏지만 누구보다 먼저 가지급금을 타기 위해 신청일 하루 전날부터 대전저축은행 선화동 본점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김 씨는 본점 신청자 중 첫 번째 순번을 뽑았다.

김 씨는 “이자를 조금 더 받으려 했던 내가 잘못”이라며 “다시는 저축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그 동안 힘들었던 속내를 토로했다.

취재진이 도착한 2일 오전 9시 현재 가지급금을 신청하기 위해 찾아 온 예금자들은 어림잡아 500m 가까이 줄을 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령자로 새벽 4시부터 빠른 순번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은행 주변에선 이번 사태에 화가 난 예금자들이 은행관계자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새치기가 극성을 부려 신청자들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예금자 한모(55) 씨는 “20년간 택시를 끌며 힘들게 모아온 돈”이라며 “혹시라도 가지급금만 주고 나머지 금액을 못 받게 되면 큰 일”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최모(48) 씨는 “금융위에서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해 놓고 며칠이 되지도 않아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며 “금융위원장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다시는 저축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 다른 예금주는 “내 돈을 못 찾아가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추운 날 5시간 넘게 기다리려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오전 10시 신청자 접수를 받겠다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인터넷 마비로 업무가 지연돼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에 은행 곳곳에서는 화가 난 고객들의 언성이 더 높아졌다.

한 고객은 “신청 첫 날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몰릴지 몰랐냐”며 “아이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일 처리를 이렇게 하느냐”고 예금보험공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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