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잇단 공무원 비리 사건으로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는 상태인데다, 총선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구복 군수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9일 열리면서 지역 정·관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오는 9일 총선을 앞두고 '검은돈'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정 군수 등 남부3군 전·현직 군수 3명과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의 아들이 법정에 서게 된다.
정 군수와 한용택 전 옥천군수, 이향래 전 보은군수는 지난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 아들로부터 "장사 한 두 번 하는 것 아닌데,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 원권 수표로 1000만 원씩 받은 혐의다. 한·이 전 군수는 혐의를 인정하는 반면 정 군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강력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군수는 민선4기 재임 때 업무추진비로 37차례에 걸쳐 116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나, 결심공판을 앞둔 지난달 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되면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청주지법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접수되면서 영동지원에서 진행되던 선거법 위반 사건이 청주지법으로 병합됐다. 앞으로의 재판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정 군수와 이 의원 아들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 및 선고형량이다.
공직선거법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 정 군수는 재판결과에 따라 군수직을 잃을 수도 있다.
정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까지 받고 있다 보니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정가 안팎의 중론이다. 특히 특별감사가 시작된 뒤에도 재무과 직원들의 유류비 횡령의혹이 불거지고, 면사무소 재무담당 공무원이 연락을 끊고 잠적하면서 정 군수가 수장인 영동군청의 공직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도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곪을 대로 곪은 영동군의 총체적 부실은 단체장의 허술한 조직관리와도 무관치 않다”면서 “개인적 비리에 의해 기소됐지만, 단체장으로서의 업무수행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짚어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이번 공직비리 사건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희 의원에 대한 정치행보에도 이번 사건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당선자의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이 기부행위 위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에 당선을 무효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 아들이 1·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3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거법에 따라 이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의원 아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적용법률은 정치자금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이라는 점을 들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과의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에 기소된 한용택 전 군수는 앞서 승진·채용 대가로 3명에게서 총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이향래 전 군수도 채용 대가나 업자 편의도모 등을 구실로 총 5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