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치지 못한 편지. 지난달 2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된 A(21)씨가 남긴 마지막 편지. 조재근 기자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 외부 병원에서 치료 받고 싶은데 안보내주니 약이라도 보낼 수 있는 방법 좀 알아봐 줘요.”

지난달 2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스무 살 갓 넘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훈련병 A(21) 씨는 “중이염으로 고통스럽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긴 채 가족 곁을 떠났다.

결국 ‘부치지 못한’ 지상에서 마지막 편지엔 전문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아픈 몸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받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8일 유족 측이 공개한 이 편지는 지난달 27일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훈련소에 도착한 부모에게 유품과 함께 전달됐다.

편지와 함께 이날 부검을 위해 대전국군병원에 안치된 A 씨의 옷 속에선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 시켜주고, 화장을 해달라”는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A 씨는 편지에서 “설 연휴기간 급성 중이염에 걸렸다”며 “엄마한테 걱정 끼치지않으려고 말 안하려 했는데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오른쪽 귀가 먹먹하다”며 “체력도 좋고 힘도 좋아서 훈련도 정말 잘 받을 수 있는 데 중이염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 A 씨의 편지에는 중이염 때문에 받았던 극심한 스트레스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A 씨는 “사회에선 별거 아닌데 여기서는 병원, 간단히 바르는 약, 면봉 같은 것까지 다 아쉬워진다”라며 “이러다가 귀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중에 아예 안들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컨디션도 귀 때문에 더 나쁜 것 같아 미치겠다”고 답답한 속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훈련 잘 받을 수 있는데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며 “여기서 혹시나 부당한 취급이나 일이 있으면 미친 짓을 해서라도 뚫고 나가겠다. 내가 조금 울게 되더라도 진짜 군대 온 게 후회되서라도 끝을 봐야겠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 편지를 전해 받은 A 씨 유족은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극단적인 생각을 했겠느냐”며 울분을 터트리고, 군 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분노를 쏟아냈다.

A 씨 삼촌은 충청투데이 기자와 만나 “(조카가)수차례 고통을 호소했고, 외부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결국 이를 묵살당하면서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평소 건강한 아이였는데 그저 단순 자살로 마무리 지으려는 군 당국의 안일한 태도는 물론, 적잖은 고통을 ‘꾀병’으로 바라보는 군의 대응 방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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