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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기름에 밥도 말아 먹는다', '오리고기는 살이 안 찐다' 등의 속설을 확인하기에 수통골은 적격이다. 주차장을 중심으로 죽 늘어선 20여 개의 가든이 그 증거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는 식품이다. 불포화지방산은 견과류, 참기름 등에 포함돼 있는 건강한 기름이다. 오리고기는 채소와 함께 균형 있게 섭취한다면 최고의 식품이다.
훈제는 불과 가까이에 있던 고깃덩이가 우연히 연기를 쐬어 특유의 풍미를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그 원시시대의 풍미가 오리와 더불어 작은 계곡, 수통골로 옮겨왔다.
수통골의 오리요리는 1990년대 중반 한 음식점이 등산객을 상대로 비닐하우스에서 백숙을 판매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비닐하우스는 산을 찾는 이들 사이에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수통골, 빈계산에 가면 꼭 백숙을 먹어야 한다'라는 불문율이 생겨났다. 재료는 빈계산 자락에 풀어놓고 키우던 닭과 오리였다. 압력솥 두 개와 몇 십 마리의 날짐승으로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2004년, 비닐하우스들은 정식으로 식당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백숙보다 훈제가 더 각광받고 있다. 이는 훈제가 백숙과는 달리 오래도록 삶을 필요가 없어 간편했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들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오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훈제를 선호했다.
취재진은 그 중 가장 인기 있다는 '도덕봉 가든'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여섯 명의 '이모'들이 바지락손질에 여념이 없다. 처음 온 이들은 '오리 고기 집에서 웬 바지락인가' 할게다. 바지락은 오리훈제, 백숙을 먹은 후 입안의 기름기를 시원하게 날릴 수제비에 들어갈 재료다.
4만 원짜리 오리훈제를 주문하자 동치미, 보쌈김치 등 밑반찬이 딸려 나온다. 오리훈제는 쟁반만한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훈제는 접시의 남은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꽉 차게 담겨 있는데, 그 위로 오이, 당근, 양파, 부추, 양배추가 산을 이룬다. 이 채소더미는 곁들여 나오는 겨자소스와 함께 먹는다. 채소는 아삭한 청량감을, 겨자소스는 그에 알맞은 알싸함을 선사한다. 개인접시에 보쌈배추를 깔고 소스를 곁들인 채소와 오리훈제 한 점을 놓으면 일석이조다. 채소의 아삭함, 오리훈제의 쫄깃함이 입속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요새 들어 부쩍 오른 식탁물가는 수통골에도 다다랐다. 메뉴판 밑에는 '보쌈용 배추와 무채는 리필이 어렵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보쌈채소를 빼고 오이, 당근 등은 리필이 가능하다. 훈제 오리와 채소를 다 먹을 때 쯤 바지락수제비가 나온다. '도덕봉 가든'에선 후식으로 수제비가 나오지만 다른 식당에선 칼국수가 나오기도 한다. 바지락과 호박, 당근으로 국물을 낸 수제비는 느끼했던 오리기름 세척제로 제격이다.
메뉴는 오리훈제, 백숙이 각각 4만 원, 4분의 1가량의 연훈제는 1만 원, 파전과 도토리 묵은 각 7000원이다. 오리훈제, 백숙을 먹으면 4000원인 바지락수제비를 무료로 제공해준다. 예약문의는 042-825-3777, 대전 유성구 덕명동 172-1번지로 하면 된다.
이형규 기자 knife402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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