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파싸움 등 파행을 거듭했던 9대 충북도의회가 올해도 심상찮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개원 이후 시행한 일문일답식 도정질문과 관련해 의원별 횟수제한과 발언시간축소, 질문란 삭제 등을 검토 중이어서 의원들간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
도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2일 오전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열어 도정질문 방법 변경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운영위 소속 의원 10명 중 7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원 1인당 도정질문을 1년에 3차례로 제한 △발언 시간 축소 △질문서 항목 중 ‘기타’ 삭제 △회기 시작 일주일 전까지 추가 도정질문 신청 가능 등 각종 안건들이 제시됐다.
논의는 ‘충북도의회 회의규칙 제73조의2(도정에 대한 질문)’를 변경시켜 명문화하려는 것은 아니고, 도정질문에 대한 구체적 형식과 제한사항 등 매뉴얼을 마련, 내부지침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주된 내용은 집행부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의원들의 도정질문을 유도하자는 차원에서 의원 1인당 질문횟수를 3회로 제한하고, 발언시간도 축소하자는 것이었다.
또 집행부의 답변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타’ 질문항목을 삭제하는 안건도 나왔다. 이 안건은 지난해 한 도의원이 사전 질문요지서의 ‘기타’ 항목을 이용해 예산문제를 놓고 집중 추궁하자 무방비상태였던 이시종 지사가 해명하느라 곤혹을 치른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린 탓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원들은 안건을 25일 열리는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의장단 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뒤 운영위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안팎에서는 도정질문 횟수제한 등 논의사항을 놓고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A 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것은 의원의 권리이기 전에 도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마땅한 의무”라면서 “도의회 회의규칙에도 없는 질문횟수를 제한해 내부지침으로 정하자는 것은 의회 스스로 의무를 져버리는 것으로, 민주주의 풀뿌리인 지방의회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 의원은 “회의규칙상 도정질문은 인원과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 정식안건처리를 통해 규칙을 변경하는 것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도민을 대변해야 하는 의회가 집행부를 대변하는 의회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논의는 김형근 의장이 지난달 신년인터뷰를 통해 밝힌 뜻과도 전면 배치된다.
김 의장은 “도정질문을 횟수에 상관없이 일문일답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집행부에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이는 집행부 견제의 성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집행부에게 적절한 긴장제 역할을 한 일문일답식 도정질문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이 내포돼있는 것으로, 도의회가 이번 사안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편 도의회는 올해 정례회 2회(48일), 임시회 7회(72일) 등 모두 9차례(120일) 회기를 연다. 하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