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인데….”

6남매 중 큰아들(64)과 함께 살고 있는 이모(88·여) 할머니.

이 할머니는 최근 술에 취한 아들에게 마구잡이로 폭행 당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동생들과의 재산분배 문제에서 자신을 차별하고 어린 시절부터 무시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수차례에 걸쳐 폭행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에게 잦은 폭행을 당하는 동안 아들이 무서워 경로당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이웃집에 도망가 “살려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노인학대에 대한 상담을 받으면서도 “아들에게 맞은 게 아니라 넘어졌다”며 자식을 감쌌고 “아들이 알면 난 죽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충북도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노인학대가 매년 늘고 있고, 당하는 노인들 대부분이 아들이나 딸 같은 자식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과 충북도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충북도 노인학대상담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들 두 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152건으로 지난 2009년 109건과 비교해 43건 증가했다. 지난 2008년 70건과 비교해서도 불과 2년 만에 100%가 넘는 82건이 늘었다.

학대 행위자 유형을 살펴보면 노인학대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아들과 딸, 며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2건의 노인학대 상담건수(복합건수 포함) 중 절반이 넘는 100건이 아들과 딸 등 자식이 가해자였고 지난 2009년에도 124건 중 90건의 가해자가 역시 자식이었다.

지난 2008년에도 73건 중 52건의 가해자가 아들과 딸 등이었다.

충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 신고가 예년보다 차츰 늘고 있지만, 여전히 숙명이라고 여긴 채 자식을 감싸주려고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노인학대 문제는 노인을 부양하는 의무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가족들의 노인부양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해주는 재가복지서비스 강화 등 사회복지적 개입을 통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2008 2009 2010
노인학대 상담 70건 109건 152건
가해자가 자식 52건 90건 100건

<충북지역 노인학대 상담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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