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민주당 의원들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지역 유치를 위한 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충청권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호남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명은 지난 18일 국회에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를 골자로 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호남권(광주)을 중심으로 대전, 대구를 연결하는 삼각벨트의 과학벨트를 구축하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는 사실상 호남권에 두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법안 발의에는 19명의 광주·전남 의원 가운데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곤 의원을 제외한 김영진 의원 등 17명이 서명했다.
이들 국회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과학벨트의 특정지역 표심잡기용은 안된다”며 “더 이상 세종시 축소 변질의 대가로 중부권을 자극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호남권 의원들의 당론에 반기를 드는 집단행동에 당내 충청권 의원들과 자유선진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민주당은 사기극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선진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중앙당은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역 광장에 천막을 쳐놓고 정부를 규탄하고 있는데 호남권 의원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충청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호남발(發) 파열음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17일 민주당 충청권 3개 시·도당은 대전역에서 과학벨트 공동투쟁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호남권 의원들의 당론에 반하는 집단행동이 불거지면서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은 당론으로 정해진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과학벨트로 인한 내분 가능성도 내비쳤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호남권 의원들이 발의한 과학벨트 특별법 개정안과 변재일 의원이 발의한 법안 두 개가 국회에 제출된 것”이라며 “과학벨트의 호남권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 의원들과의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변재일 의원(청원)은 지난해 12월 과학벨트 입지를 충청권으로 명시한다는 내용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법안은 △과학벨트 입지를 충청권(세종시, 대전광역시, 충청북도, 충청남도)으로 명시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을 '중이온가속기'로 명시 △연구소기업의 설립 및 첨단기술기업의 지정 및 세제혜택 및 부담금 감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호남권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도 사실상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어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을 위한 지역과 정치권의 총력전이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라는 당론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한동안 충청권 사수에 실렸던 힘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당장 같은 당에서 발의한 관련법 개정안 조율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돼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