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치안복지’ 정책이 말짱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치안복지 실현을 통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공언한 김용판 충북지방경찰청장 취임 후 5개월간 도내 5대범죄 발생건수가 전년대비 24.9% 증가, 치안복지가 아닌 치안사각지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20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5대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는 모두 7169건으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말까지 발생한 5740건에 비해 무려 24.9%(1429건) 늘어났다. 반면 검거율은 뚝 떨어졌다.
2010년 9월부터 올 1월 말까지의 검거건수는 4491건으로, 62.6%의 검거율을 보였지만,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검거율 76.6%에 비해 14% 감소한 수치다. 뛰는 범죄에 검거능력은 ‘엉금엉금’인 셈이다.
범죄 유형별로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37건에서 34건으로 8% 감소한 강도사건만 빼고 살인·강간·절도·폭력은 모두 늘었다. 살인은 14건에서 21건(+50%), 강간 131건에서 187건(+42.7%), 폭력 2778건에서 3560건(+28.1%)으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민생치안 수준의 척도인 절도사건은 2780건에서 3367건으로 587건이 늘어 2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도사건 검거율 역시 56.9%에서 46%로 10.9% 감소했다.
이 같은 수치를 놓고 경찰 안팎에서는 단순한 5대범죄 발생 및 검거율 증감 분석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현재 충북경찰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치안복지 정책과 맞물려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9일 취임한 김용판 청장은 줄곧 치안복지 정책을 강조해오고 있다.
김 청장은 전국 최초로 '치안'에 플러스 알파를 더한 '복지'개념을 접목, '치안복지'라는 구호 아래 충북경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김 청장 취임 후 충북경찰에는 지역실정에 맞는 치안활동을 할 수 있게끔 경찰서장에게 자율권이 부여된 '자율책임 성과경영'이 도입됐다. 또 경찰 활동상을 알리는 치안신문이 발간됐고, 기업체 방문 등을 통한 우수사례 벤치마킹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5대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통계에서 드러나듯 충북경찰이 외관 다지기에만 열중하고 범죄예방 및 조기검거 등 정작 경찰 본연의 치안업무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충북청 한 경찰간부는 “경찰 본연 업무인 범죄예방 및 조기검거를 통해 치안을 확보하고 나서 치안신문을 발간하고 주폭을 척결하는 등의 복지를 하는 게 순리인 듯싶다”면서 “치안은 뒤로한 채 복지를 외치며 각종 정책을 펴는 것은 결국 충북경찰만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외관다지기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력한 치안활동이 선행되지 않은 탓에 치안신문 발간, 업무협약 체결 등 치안복지실현을 위한 정책들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기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경찰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김 청장 취임 후 이명박 정부가 사정기관에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는 토착비리 척결은 등한시한 채 ‘주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각종 홍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조심스러운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일선서 한 경찰관은 “조직 내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치안복지와 관련된 성과를 내기 위해 각종 이벤트성 행사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을 보면 진정 도민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반기 인사 때 청장이 바뀌고 나서도 소주병에 라벨이 계속 부착된 채 유통될지, 경찰서에 신설된 주폭범죄전담팀이 계속 유지될지 지켜볼 일”이라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주민 오모(43) 씨는 “화려한 이벤트성 행사 뒤에는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치안복지 창조도 좋지만 정작 주민이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방범순찰활동과 범인검거다. 이제라도 경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기 간 | 계 | 살인 | 강도 | 강간 | 절도 | 폭력 | ||||||
발생 | 검거 | 발생 | 검거 | 발생 | 검거 | 발생 | 검거 | 발생 | 검거 | 발생 | 검거 | |
09.9.1~10.1.31 | 5740 | 4397 | 14 | 14 | 37 | 35 | 131 | 110 | 2780 | 1582 | 2778 | 2656 |
10.9.1~11.1.31 | 7169 | 4491 | 21 | 22 | 34 | 33 | 187 | 159 | 3367 | 1550 | 3560 | 2727 |
<김용판 충북청장 취임 후 5개월간 도내 5대범죄 발생 및 검거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