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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시 율량동 율량택지개발지구 공사장입구에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을 진행중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초췌한 모습으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피땀 흘려 일하고 못 받은 돈, 다 받을 때까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충북 청주시 율량동 율량택지개발지구 현장엔 굴삭기와 불도저 등 건설장비가 일제히 멈춰선 채 싸늘한 정막만 흐르고 있었다.
20일 오전 11시. 한창 구슬땀을 흘리며 공사를 하고 있어야 할 현장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기반조성공사 대신 하도급업체의 부도와 이에 따른 임금 체불로 공사장 입구에 일주일째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 중이다.
절기상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났지만 광활한 공사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들은 비닐로 겹겹이 천막 외부를 막아 바람을 피하고, 바닥엔 스티로폼을 깔아 잠자리를 마련한 뒤 이곳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건설기계 관련 노동자 36명의 체불임금은 6억 원 정도로, 자재와 노임 등을 합치면 이 현장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는 50~60명, 전체 금액은 17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굴삭기 기사 양 모(40·청주 흥덕구 봉명동) 씨는 “하도급업체인 우암토건이 지난달 부도가 나면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일한 임금과 기름값 등 2000여만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발주처인 LH와 원청업체인 진흥, 대원이 관리만 잘 해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굴삭기 기사 김 모(44) 씨도 “장비를 구입한 사람들은 수개월째 할부 값에다 생활비 걱정에 잠이 안온다”며 “우리가 발주처나 원청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일한 만큼만 보상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하도급업체인 우암토건이 공사에 필요한 H빔 자재를 어음을 주고 사들인 뒤 중고로 되파는 식으로 80억~100억 원대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이 현장의 노동자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임대료와 관련해 발주처 및 원청의 직접 지급 등 관리감독 책임을 철저히 해줄 것으로 수차례 요구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 지급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업체와 업체가 계약을 통해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하도급업체의 도산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발주처나 원청 모두의 피해로 작용한다”며 “외부에서 부도가 터지는 것을 현장에서 막을 길이 없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원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불했지만 하도급에서 돈을 푸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면서 “원청업체들과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