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교육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에도 불구, 대전에서 ‘막장’ 졸업식 뒤풀이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잇따른 일탈에 교육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졸업식 폐지 의견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18일 졸업식을 마친 모교 후배 졸업생들에게 계란과 밀가루 등을 뿌리고, 옷을 벗긴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교생 A(16) 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 등은 지난 17일 오후 4시경 유성구 송강동의 한 다리 밑에서 이날 졸업한 모 중학교 B(15) 군 등 5명에게 미리 준비한 계란과 케첩, 밀가루를 뿌리고 가위 등으로 교복을 찢은 혐의다.

이들은 이날 오전 졸업식이 끝난 뒤 경찰과 교사 등이 학교 주변에서 뒤풀이 예방활동을 하자, 단속을 피해 학교에서 1㎞ 가량 떨어진 다리 밑에서 뒤풀이를 진행했으며 순찰을 벌이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옷이 벗겨져 도주하지 못하는 피해 학생 2명을 붙잡아 진술을 확보했으며 가해 학생 등을 순차적으로 출석시켜 사건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 학교 출신인 A 군 등은 3개월 전부터 일명 ‘졸업빵’을 하기로 공모했으며 가해 학생 중 여학생 1명은 피해 여학생 2명의 교복을 찢거나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대전지역 한 중학교 여자 졸업생 등 9명이 인근 야산에서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어 속옷이 노출되거나 청테이프를 이용, 나무에 몸을 묶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몰고 왔었다.

경찰과 교육청의 확인결과, 강압이나 폭력 없이 장난삼아 엽기 의식을 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막장 뒤풀이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 방침에 전례 없이 수천 명의 경찰력과 교사를 동원한 ‘빗장 졸업식’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촌지와 선물 등의 문제로 스승의 날 행사가 없어지거나 간소화 된 것처럼 졸업식 역시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졸업식 폐지라는 최후의 조치에 앞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긴 그들만의 법의식과 윤리 규범을 이해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감 위주의 인성 교육 필요성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는 졸업생을 중심으로 문화개선 지도를 했지만 물의를 빚은 뒤풀이 모두 선배들이 끼어 있던 점을 감안, 내년에는 고교생까지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사복 졸업식 확대나 졸업식 가운 비치 등의 근절대책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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