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을 불러온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공약집에 없다”라는 발언과 관련,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은 채 함구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에선 ‘대통령의 착각이나 보좌진의 실수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야당 등 정치권과 충청권에선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좌담회를 통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 백지화 시사와 함께 “공약집에 없다”라고 발언한 직후부터 대선 공약집 등 각종 자료를 수집·공개하면서 대통령 공약이 사실이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대전 중구)는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낸 결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17대 대통령 선거 이명박 당선자 선거공약은 선거일 후 당선자 측에서 제출한 자료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자료 세부 내용에 “행정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BT(바이오기술), IT(정보통신기술) 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육성”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공약 관련 발언이 “착각이나 우발적인 것이 아닌 지극히 의도된 발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선진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은 이날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백지화 발언이 우발적이라는 얘기들이 전해지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지극히 계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이 질문지에 없던 내용이라 당황해 정리가 안됐다, 우발적인 것이다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좌담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1일경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요청으로 의원실을 통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대통령 공약이란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공약이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해프닝이 아니라 다면적 정략용”이라면서 “충청과 영남·호남을 부딪치게 해 지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민주당 내분을 촉발시키기 위한 것이자, 박근혜 흔들기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 공약 관련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청와대 측은 지난 1일 신년좌담회 이후 별다른 대응이나 해명없이 말을 아끼고 있다. 좌담회 후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약을 백지화하겠다는 게 아니고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해명으론 역부족이란 평가다.

직간접적으로 과학벨트법에 따라 입지선정을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야당의 집중 공략을 받고 있는 대통령 공약 부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때문에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과학벨트 논란은 커지고 있는데 원인을 제공한 청와대 측은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보니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라며 “청와대 측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해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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