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충남도와 대전시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해 매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에 따른 수질오염 등 2차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제역 발병지역 인근 주민들은 매몰지를 중심으로 침출수에 따른 지하수 오염 등 환경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대부분 상수도 비공급지역으로 분류돼 먹는 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구제역 양성 판정으로 가축이 살처분된 매몰지는 대전을 포함해 1개 광역시, 9개 시·군, 215개 지역에 분포돼 있다.
지난 16일 돼지 2150마리에 대한 살처분과 매몰 작업이 끝난 대전의 경우 해당농가가 위치한 동구 하소동 일대 매몰지 반경 300m 안에 모두 20개의 지하수 관정이 매설,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4개 관정의 지하수가 식수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변 농가들은 상수도 비공급 지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도의 경우 모두 9개의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 가축이 살처분 매몰된 지역은 모두 215곳으로 이 가운데 반경 500m 이내에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 지방상수도를 비상 공급해야 할 시설 규모는 957㎞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천안이 85㎞, 공주 68㎞, 보령 24㎞, 아산 88㎞, 논산 24㎞, 연기 14㎞, 홍성 327㎞, 예산 160㎞, 당진 478㎞ 등으로 추정사업비는 1268억 원에 달한다.
도는 지방비 381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국비 887억 원에 대한 긴급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는 예비비 부족을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수도 공급에 늦장을 부리면서 매몰지 주변 농민들의 2차 감염 우려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했던 경기 포천시의 경우 환경부가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수립지침에 따라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14곳에서 질산성질소와 일반세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농가에서도 11곳 중 6곳의 지하수에서 일반 세균이 기준치보다 4배 이상 나오고, 유아 빈혈을 일으키는 질산성질소도 기준치를 2배나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 주변 농가 주민들은 “정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이 가져올 또 다른 재앙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죽이고, 묻기에 바뻤다”고 지적한 뒤 “상수도 시설이 언제 공급될 지도 모르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허술한 방역행정을 질타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