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유치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대전 서구의 이 모(36) 씨는 얼마 전 영어유치원이 있다는 귀동냥을 했다.

조기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이 씨는 영어유치원을 찾았을 때 끊임없는 다른 학부모들의 발걸음을 보고 “내가 이렇게 정보에 어두웠구나”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유치원 내 영어교육이 단속대상이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영어가 유치원까지 침투하며 정규 교육과정을 뒤흔들고 있다.

유치원 내에서 영어교습을 실시하는 건 규정위반이지만 대전지역 상당수 유치원이 정규교육과정에 영어수업을 편성해 교육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

특히 일부 미취학아동 대상 어학원에선 원어민강사를 채용해 영어수업을 실시하면서 ‘영어유치원’이라고 버젓이 드러내놓고 광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수준 교육과정 속에 유치원에서의 영어교습은 그 내용 자체가 없어 유치원 영어수업은 모두 단속 대상이다.

아이들의 언어발달 상황을 고려, 학교 진학 전 영어교육은 지나치게 이르고 자칫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부모의 요구’를 이유로 영어과정을 정규교육과정 속에 편성해 학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다.

연간 영어교육계획표를 짜고 원어민강사를 고용해 교육을 실시하는 대전 서구 A유치원 관계자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부모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며 “교육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대부분 유치원들이 ‘공공연한 비밀’로 하고 가르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세태에 교육당국의 단속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올 한 해 대전지역 유치원 내 영어교육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단속은 단 1건에 그쳤다.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단속기간 때 유치원들을 방문하면 대부분 영어수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며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조사를 통해 벌금이나 경고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유치원이라는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영업을 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부족한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유치원 내 영어교육을 막는 건 시대 요구에 안 맞는다는 여론도 제기된다.

대전의 한 교육관계자는 “영어몰입교육이다 뭐다 해서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인데 막는다고 되겠나”라며 “오히려 유치원 영어교육을 양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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