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대전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 결정을 내린 17일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저축은행 영업점에 예금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17일 영업정지를 당한 대전저축은행 선화동 본점은 셔텨문이 굳게 닫혀진 채 쪽문으로만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한 오전 9시 대전저축은행에는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예금자들로 벌써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예금한 내 돈은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냐며 소리치고 항의하는 고객들로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창구에는 전화벨이 쉴새없이 울려대지만 저축은행 직원들은 받을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대전저축은행 직원들과 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된 직원 등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객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들의 노력은 역부족이였다.

항의하는 예금자 중 한 사람은 “몇일 전 만기된 적금 1500만 원을 어제 연장계약 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이런일이 생길수가 있느냐”며 “(은행 직원들)당신들이 근무하는 곳인데 영업정지 사실을 왜 모를 수가 있느냐. 당장 내돈 내놔라”라고 언성을 높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업 정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을 찾는 예금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대전저축은행 직원들은 이날 모두 정상적으로 출근했지만 예금 업무가 정지되면서 일손을 놨고, 대신 수백명의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에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새벽에 뉴스를 보고 지점을 찾았다는 황모(68·여) 씨는 “지난해 11월 다른 저축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얘기에 대전저축은행을 믿고 4000만 원을 맡겼다”며 “그 돈은 그 동안 우리 남편이 공사판에서 힘들게 일해 번 돈이고 다음달에 결혼하는 큰아들 전세자금”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한 고령의 예금자는 “동화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자식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대전저축은행 예금자들은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율 때문에 정기 적금과 예금을 유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예금자 가운데 한 명은 “어제 만기가 된 적금(4500만 원)을 시간이 없어서 찾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전저축은행 한 간부는 “이번 사건(영업정지)은 우리 직원들도 전혀 몰랐던 내용이다. 오늘 오전 8시쯤 영업 정지 소식을 통보받았고 지금 너무 당황스럽다”며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한달간 80% 정도의 예금자가 중도 이탈해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저축은행을 믿고 소중한 예금을 맡겨 주신분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정오께 찾은 대전저축은행 둔산지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도 은행 정문은 셔터로 굳게 잠겨있었다.

둔산지점을 찾은 예금자들은 저축은행 측의 부실을 성토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둔산지점 관계자는 “내달 2일부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합계가 5000만 원 이하까지는 가입 당시 이율대로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영업을 재개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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