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 재정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시의회 예산조사특위의 재차 요구에도 남상우 전 시장 등의 증인출석이 사실상 무산되자 특위 활동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특위 활동이 가시적 성과 없이 장기화 되자 애먼 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 시청 산하 공무원 등이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지루한 조사로 집행부의 국비확보에 되레 장해가 되는가 하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배경이 숨어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또 예산안은 ‘예측을 통한 계획’임을 감안할 때 부풀리기 의혹에 초첨을 맞추기보다 국비 등 더 많은 예산확보를 하지못한데 대한 원인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않다.
◆감사원 감사청구 수순 밟나
청주시의회 '예산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모든 활동의 마무리를 위해선 남상우 전 시장과 반재홍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장(전 기획예산과장)에 대한 질의답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들에게 17일 증인으로 출석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남 전 시장은 서면을 통해 "2010년도 예산은 2009년 의회의 예산안 심의 의결을 통해 의문점이 없도록 평가되고 확정·공표된 것"이라며 "현재 본인은 청주시 행정에 관여할 수 있는 모든 권리·의무가 소멸됐으므로 현재 의회의 조사권에 출석해 답변할 권리나 의무가 전혀 없다"고 밝혀왔다.
또 반 과장은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 방문일정이 잡혀 불가피하게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결국 특위가 핵심인물로 지목한 이들의 증인출석이 사실상 무산되자 앞서 특위가 공언했던 검찰고발 또는 감사원 감사 청구가 실제로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특위 소속 육미선 의원은 "남 전 시장 등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특위 회의는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니 이 자리에서 감사원 감사 청구 등에 대한 실행 여부를 최종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과 없이 불안한 시선만
특위 활동이 가시적 성과없이 장기화되자 곳곳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특위 위원 등을 만나 활동을 조속히 마무리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분위기가 조기 과열된 현 시점에서 지지부진한 특위활동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예산 부풀리기 공방 과정에서 국비 조달 능력 부재를 원인으로 꼽은 남 전 시장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자 이같은 노파심이 심화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청 직원들의 불만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당초 각종 의혹을 규명하겠다던 특위가 일부 행정절차 미이행 등을 밝히는데 그치자 하위직 공무원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여 감사원 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특위가 지목하는 내용이 아닌 예상치 못한 다른 곳에서 별개의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주변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자 특위 또한 적잖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초 특위가 남 전 시장이 출석하면 유감표명을 하고 화합차원에서 원만히 해결하는 등 명분을 찾으려 했으나 이마저 무산되자 난감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다.
한 고위공직자는 "주변의 부정적 여론 속에서 무리하게 특위를 구성하더니 특정 정치인을 돕기 위한 정치특위 논란부터 최근엔 민주당 전체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낳고 있다"며 "결국 일부의 무모한 결정이 자충수가 돼 여러 불란을 일으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