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오창읍 모 지역의 전 이장이 지난 2006년 거액의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A 전 이장이 보조금을 횡령한 방법은 너무나 손쉽게 이뤄져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A 전 이장은 사지도 않은 농기계 5대를 구매했다며 세금계산서와 농기계업체로 송금한 영수증을 제출했다. 하지만 A 전 이장은 송금한 농기계구매대금을 곧바로 돌려받았다.
또 농토배양 사업을 위한 농기계 임차대금으로 5400여만 원을 지출했다고 정산서를 제출했다. 이 또한 마을에 농기계를 가진 주민 5명에게 각각 50만 원을 주고 본인이 평소 가지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도장으로 임차료 수령증을 작성했다.
A 전 이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보조금 일부를 횡령했지만 당시 사업정산서에는 ‘사업추진 적합’, ‘사업비 집행 적정’, ‘사업보조사업 효과 매우 큼’이라고 기록됐다.
향후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도 ‘계속 지원 필요’로 돼 있다. 청원군의 보조금 정산과정에서 감독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정산검사를 담당한 청원군 직원 B 씨는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현지 확인조사를 나갔지만 농민들이 제출한 서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중요한 사업이고 잘 운영된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전혀 의심치 못했다”고 말했다.
청원군의 보조금 횡령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청원군 모 지역의 양봉저존저장고 지원사업에서 보조사업자와 제품공급업체가 보조금 일부를 편취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사업비는 ‘눈먼 돈’ 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횡령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원군은 보조금 지원사업에서 문제가 속출하자 지난해 ‘청원군 보조사업 집행 매뉴얼’을 만들어 보조금 사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이 매뉴얼은 보조금 사업에 대한 설명과 세부추진절차 등을 담고 있으며, 특히 정산검사를 세분·강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원군의 노력에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이번 오창읍의 횡령사건과 같이 일단 보조금을 지급한 후 돌려받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감사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보조금 사업 선정과정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조금 사업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면서 실제 필요치 않은 사업도 무조건 ‘신청하고 보자’는 보조사업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감사 전문가는 “일단 보조금 사업이 결정되면 담당공무원들은 원활한 사업완수를 위해 보조사업자에게 끌려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며 “보조금 사업 선정과정에서 실제 필요한 사업인지 철저히 검증하고 수시로 현장을 확인해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는지 살펴야 보조금 횡령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원=심형식 기자 letsgo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