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대전지역 기초·광역의원들과 내년 4월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 백지화 시사 발언 이후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과학벨트 백지화를 우려하는 충청권의 민심에 부응해야 하지만, 소속 정당의 분위기도 살펴야 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를 외치면서도 적극적인 참여에는 한 발 빼는 등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고문단은 15일 시당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약속 실현을 촉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난 14일에는 당 소속 대전지역 광역·기초의원 12명이 대전시당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이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윤석만 대전시당 위원장은 과학벨트 논란 이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백지화 발언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당 소속 기초·광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은 과학벨트로 인한 충청 민심을 반영하는 듯 하면서도 실질적인 활동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전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은 15일 오후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지만, 대전지역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명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기초의원은 “기초의원으로서 시민들의 입장도 대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속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라며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나라당을 비난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난처해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 앞에서 열린 행사 참여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라면서도 “집권여당 의원들이 야당의 비판에 부화뇌동하는 모양새도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의 한 인사는 “세종시 사태에 과학벨트 논란까지 겹치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역민의 곱지 않은 시선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라며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 충청권에서 당선자를 낼 생각이 있는지 따지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