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해외건설협회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해외공사 실적을 허위로 조작, 국내 관급공사를 낙찰 받은 전문 브로커 등 4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15일 충남지방경찰청에서 수사2계 고재권 계장이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
국내 관급공사 수주나 용역의 입찰 가점을 노려 해외공사 실적을 부풀린다는 의혹이 경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해외수주 실적 서류를 조작한 브로커를 비롯해 뇌물을 받고 실적증명서를 발급해준 정부 위탁 인증기관 직원까지 연루되면서 내·외부적인 검증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브로커 A(51) 씨의 경우 2500억 원 상당의 해외공사 실적을 허위로 꾸민 서류를 해외건설협회에 제출했고, 협회 측 담당자 B(44) 씨는 A 씨가 실제 공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공사실적증명’을 발급해줬다. 공사실적증명을 받은 A 씨는 이를 이용, 자신이 설립하거나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공사실적을 부풀렸고, 결국 관급공사나 용역 등 수백억 원대 공사를 따냈다.
이런 해외공사 실적 부풀리기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지난해 1월 청주지검은 해외공사 실적을 부풀린 혐의로 충북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 B 씨를 구속하고, C 씨와 공모한 관련 업체 대표 D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조사 결과 C 씨는 자신의 회사 수주실적이 13억 원 이상 되는 관급공사를 낙찰 받을 수 없자 D 씨 등과 함께 231억 원 상당의 카자흐스탄 도로공사와 145억 원 상당의 아파트 내부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 해외건설협회로부터 공사실적증명을 발급받아 각종 관급 공사를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 초에는 국내의 한 안전진단업체가 2009년 몽골에서 수행했다는 교량 안전진단 실적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계기관에서 확인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공사 실적 위·변조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데는 해외실적 확인을 위한 검증 및 관리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공사실적을 허위로 조작한 브로커 A 씨는 사우디 등 중동지역 국가 특성상 금융권의 거래 내역이나 실제 공사 여부 확인이 어렵고, 해외건설협회 역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 건설업체의 공정한 경쟁입찰 활성화와 미검증 업체의 낙찰에 따른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정부차원의 철저한 검증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한해 평균 2000여 건이 넘는 실적증명 신청이 몰려 사실상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중동은 폐쇄적인 나라다 보니 관련 서류 확인이 힘들다”며 “지난해부터 공사실적증명 발급 시 수표를 받지 않고 금융기관 확인서를 첨부토록 하는 등 서류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풀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영업정지 등 처벌기준 강화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