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이 수도권 규제완화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암울한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관련법 시행령 개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일단 수도권 규제완화의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의 시행령만 개정해도 규제완화의 효력이 즉각적으로 발생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는 지난 15일 지방대책 발표 이후 곧바로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고 규제완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한 달 안에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내년 1월 말이면 별다른 저항 없이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속수무책이다.

민주당 이시종 의원(충북 충주)과 자유선진당 이재선(대전 서구을)·김용구(비례) 의원이 각각 수정법과 산집법을 강화하는 안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속도를 따라잡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국회에서 전혀 이슈화되지 못하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어 정부가 자체적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한 수도권 규제완화를 예측하지 못해 뒤통수를 맞은 시민사회도 별다른 대책이 없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주민역량 결집의 핵심인 충청권 지자체가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소극적인 반대 입장만 내비치면서 지방대책과 ‘어느 것이 더 큰 지’ 저울질만 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추진동력도 거의 꺼진 상황이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명박 정부는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규제완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내년 1월 초 범충청권대책위 구성과 함께 다시 한 번 힘을 내겠지만 수정법·산집법 시행령 개정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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