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과학계에서는 논란의 여지도 없이 세종시와 충청권을 유일한 대상지로 지목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과학벨트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확정될 당시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은하도시포럼 소속 학자들은 현재 출산도 되기 전에 누더기로 변한 과학벨트 문제를 안타까워하며, 세종시로의 확정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과학과 예술, 인문학 교수들은 우리나라의 기초학문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랑콩트르(‘만남’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라는 이름의 소그룹을 만들었고, 세계적인 일류 과학자들이 모여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세계적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이것이 바로 과학벨트의 모태로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연구시설을 주축으로 지식산업단지와 교육단지, 연구개발단지가 주변부에 위치해 있고, 중심축에는 문화·예술기능을 담당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 과학·연구 시설은 물론 의료·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21세기 집현전’ 건설이 궁극적인 목표점이었다. 랑콩트르 모임 학자들은 당시 대선주자들에게 이 내용을 공약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과학비즈니스 도시라는 개념으로 확정, 채택했다.
곧이어 각계각층의 학자 100여 명은 ‘은하도시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과학벨트를 이 대통령의 공약으로 명문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초기 과학벨트 입안에 참여한 한 과학계 인사는 “과학벨트 조성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토지 확보다. 120만 평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세종시의 장점은 국가가 토지를 확보하고 있어 언제라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세종시를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정부가 임명한 대덕R&D특구 출연연 기관장들도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양식있는 과학계의 행동을 촉구하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 주재로 10일 유성에서 열린 대덕특구기관장협의회에서 대덕특구 기관장들은 과학벨트가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당초 목적대로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과학계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이어 “과학벨트로 국론분열에 따른 국력소모를 막기 위해 대덕 과학계가 좀 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과학벨트의 기초과학과 함께 응용과학, 비즈니스가 연계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염 시장은 “향후 법령에 의거해 과학벨트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부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 이 때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과학계 인사는 이날 “과학벨트의 입지는 수단이고, 과학과 국가의 발전이 사업의 목적이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면서 “과학계의 염원에서 출발한 문제를 정치인들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켰다가 다시 ‘과학 문제’로 돌리는 등 출산도 하기 전에 누더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