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선정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충북지역 정치인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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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백지화’ 발언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지만,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소속 정치인들은 관망적 자세를 뛰어넘어 ‘꿀 먹은 벙어리’ 인양 어정쩡한 태도만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정치권 안팎에서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중앙당의 ‘과학벨트 함구령’에 반기를 들 경우 공천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6·2지방선거 때 경험했 듯 민심을 떠난 공천은 ‘낙선’임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가·시민단체 등 강력 반발

이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일 방송을 통한 신념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원점에서 재검토' 의사를 밝히자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일제히 강력 대응에 나서 제2의 '세종시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위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하는 등 공동행동에 나섰다.

충북도의회도 대전·충남도의회 등과 함께 오는 15일 국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당 충북도당 역시 과학벨트 사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0일 오후 출정식과 함께 과학벨트 공약 파기를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권에서도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윤석만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 "설 연휴에 시민들을 만나본 결과,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조성돼야 한다'는 민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이 무산될 경우 당직 사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눈치만 보는 한나라충북도당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대전·충남지역처럼 정부에 반기를 들고 결의대회 개최 등 초강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집권당으로서의 역할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충북도의회 주최 결의대회에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만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여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야당과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으나, 독자적으로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총선 예비후보, 광역·지방의원 등 정치인 모두가 모여 과학벨트와 관련된 목소리조차 내본 적이 없다. 과학벨트문제로인한 격앙된 주민정서를 등에 업고 2012년 총선을 겨냥한 야당의 전략적 대응에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남북 만 19세 이상 주민 1026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발언에 대한 여론조사한 결과 77.9%가 '세종시 수정안에 이어 충청권을 우롱하는 약속위반 행위'라고 응답했다는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대전 동구)의 발표만 놓고봐도 민심을 읽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관심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흔한 중앙당과 청와대 방문을 통한 지역민심 전달도 뒤로하고 있다. 성명발표 등 미온적 입장만 취할 뿐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충북지역 당협위원장과 총선출마 준비자들이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염두해 중앙당 ‘눈치 보기’에 급급한 채 지역현안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다른 지역 여권처럼 민심을 정확히 읽고 정치생명까지 걸어 투쟁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집권당으로서 명분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게 아니냐”면서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채 민심챙기기를 포기하고도 어떻게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계 인사도 “이쪽 저쪽 눈치 보다가 내년 총선 때 공천만 받으면 끝인 것이냐”면서 “공천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심을 외면하면 선거에선 떨어질 게 뻔한 데 공천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같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10일 뒤늦게 성명을 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청권과 오송·오창산업단지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체계적이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가 결정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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