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인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에 젖을 기분이 아닙니다.”

극심한 경기불황 여파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올 성탄절은 기쁨과 환희 대신 우울함과 좌절감이 가득한 ‘블루 크리스마스’다.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으로 실직 위기에 처한 직장인, 예년의 절반 이하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예비사회인들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나 연말 망년회 등은 사치일 뿐이다.

한국농촌공사, 한국전력 등 지역 소재 공기업과 농협을 비롯한 금융권이 잇따라 구조조정, 조직 슬림화 등 경영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면서 대대적인 인력 정비에 나서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과 대기업 감산 등의 영향으로 자금난에 빠진 지역 제조업계도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을 감축하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침체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는 지역민들의 들뜬 분위기를 앗아갔다.

감원 한파에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대전 모 제조업체 직원 박 모(41) 씨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준비했지만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크리스마스를 맞는 마음이 한마디로 착잡하다”고 말했다.

생산량 급감으로 휴업에 들어간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김 모(32) 씨는 “이대로 직장을 잃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이나 진탕 마시고 싶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모(50) 씨는 “작년에 비해 손님이 반은 줄었다. 연말 특수도 없다”며 “내년 봄까지는 견뎌볼 생각이지만 계속이러면 조만간 사업을 접을 생각”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강 모(26) 씨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모두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며 “올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우울하다. 2009년에는 밝은 소식들로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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