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학이 10일 도내 대학 중 가장 먼저 학위수여식을 거행하는 가운데 독립운동가의 딸인 늦깎이 대학생이 영광의 학사모를 쓰게 돼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 대학의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인 전공심화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사회복지상담학과 이홍숙(57) 씨. 이 씨는 지난 2005년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애국지사 이병돈 선생의 8남매 중 맏딸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진학을 포기했다.

초교생 때 꿈이었던 교사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던 이 씨는 결국 초교 졸업 35년 만인 2001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47세의 나이로 충북인터넷고에 진학했으며 졸업 후 곧바로 충청대학에 입학했다.

'보람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선친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하게 된 이 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아파도 '강의실에서 쓰러지겠다'는 마음으로 전공심화과정까지 마쳤으며 대학시절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 씨는 "부친께서는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나에게 달력을 오려 일기장을 만들어 주시고 가끔 문고도 사주셨다. 동생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항상 마음의 짐으로 갖고 사셨던 것 같다"며 "배움은 정년이 없어 다행이다. 남들은 은퇴를 준비할 나이지만 나는 이제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모교인 충북인터넷고에서 상담전문 인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충북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한다.

한편 이 씨의 부친인 이병돈 선생은 함경남도에서 출생해 전문학교까지 마친 지식인으로 1942년 2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았고 이듬해 중국전시간부훈련단에 파견돼 교육을 받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병돈 선생은 1946년 귀국해 청주에 정착했으며 1980년대 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정부는 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김규철 기자 qc258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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