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저지하기 위한 촛불집회,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표기 파문 등으로 온 나라, 지역사회가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궈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원유 값으로 경기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고 하루하루 가계를 꾸려 나가기가 버거운 서민들을 상대로한 살인적 고리사채는 충북 도내에서도 독버섯처럼 극성을 부렸다. 피폐된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부모에 이어 아내, 자녀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금수만도 못한 인간의 탈을 쓴 살인마를 잉태시켰다. 불법 성매매는 ‘추방 전쟁’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풍선효과를 반증이라도 하듯 더욱 은밀히 퍼져 나갔다. 성인들의 추악한 성거래는 청소년들에게도 번져갔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도 성을 사고 파는 중개도구로 변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도덕성 결핍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지방의원들의 해외 성매매 의혹은 지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 넣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끊이질 않는 사건·사고에 시민들은 감각이 무디어질 지경까지 온 것이다.

지난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전격 타결되자 농민과 시민단체들은 ‘한·미정상회담 선물용 아니냐’며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사반대’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불붙은 촛불은 충북지역에서도 불타 올랐다.

경찰이 불법시위로 변질될 경우 강경진압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으나 촛불문화제는 청주 도심 철당간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개최됐다. 길거리 행진에서 도로 점거 등 과격한 양상은 벌어지지 않아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5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충북대책회의’는 매주 수·토요일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6·10 민주항쟁기념일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도청 앞에 운집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다. 이들 외침 속에는 직접적인 광우병 위험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힘의 논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더 배어 있었다.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중순 일본 정부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을 명기하자 전국이 들끓었다. 충북지역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전 시민이 나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독도 바로알기 등 국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이참에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왔다.

성매매 집결지 해체에도 불구하고 음성적 거래는 더 기승을 부렸다. 특히 청소년들의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도내에서 청소년 상대 성매매사범 14명이 검거됐다. 충주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중 성매매 의혹도 지역사회를 뒤 흔들었다. 수사당국은 현지까지 출장을 갔으나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해 내사종결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주민소환운동 추진은 아직도 전개되고 있다.경제적 궁핍으로 막다른 길목에 내몰린 서민들을 상대로한 불법 고리사채 역시 집중단속에도 불구 여전한 실정이다. 이자가 무려 1000%를 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11월까지 도내에서 불법 대부업으로 적발된 인원은 150명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했다.

지난달 옥천에서 부인과 두살배기 딸을 살해한 40대 가장은 돈 때문에 2년 전에도 부모의 집에 몰래 들어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80대 노부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풍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지적장애 청소년을 일가족인 백부, 조부, 삼촌, 사촌오빠 등이 수년에 걸쳐 성폭행한 사건 또한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 사건은 ‘1심 판결의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왔다’며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무자년 한 해가 이제 저물고 있다. 기축년 새해에는 사회 곳곳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인석 기자 cis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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