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은 언제쯤 끝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초기대응이 잘못 돼 축산업 붕괴에까지 이르게 된 점을 감안할 때 책임 추궁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교육시설과 공교육에 투입할 예산도 부족하다는데 부자 자녀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는지 답답하기만하네요.”
충북의 설날 민심은 구제역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구제역 기세가 꺾이지 않은 농촌지역의 설 분위기가 실종됐고,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물가는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에서 재검토' 의사를 밝혀 지역 민심이 싸늘했다.
◆구제역 확산 농심
설 명절 이전에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구제역 확산이 계속되면서 농촌의 설날 분위기가 완전히 상실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구제역을 막기 위해친인척 고향방문을 자제시키면서 농촌지역은 예년의 들뜬 명절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설 연휴 동안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외부인 출입을 차단한 채 구제역과의 전쟁만 계속됐다.
특히, 충주에서 소를 키우던 농민이 구제역 판정을 받은 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장기화되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한 농촌민심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구제역 피해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다.
청원군의 한 축산농은 “구제역 발생 초기에 정부가 철저히 감염통로를 파악하고 차단하지 못한 탓에 전국으로 전염병이 번져 축산업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 검토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대선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출발하겠다”고 밝혀 충청권 민심이 요동쳤다.
지역정치권에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민주당충북도당은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을 버린 것이라며 전면적인 투쟁을 밝혔다. 반면에 한나라당충북도당은 4월 추진위원회에서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공정하게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여야는 설 연휴 동안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입장 표명에 따른 민심 파악에 적극 나섰고, 야당의 경우 정치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여야의 엇갈린 반응 속에 과학벨트에 대한 지역민심은 냉기류를 형성했다.
지역주민들은 이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에서 재검토" 발언에 대해 제2의 세종시 재연 가능성과 다른 지역 배려 차원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의 원점 재검토는 충북지역 민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며 “설 연휴 동안의 지역민심은 과학벨트의 대선공약 이행이 불투명하다는 것에 실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치솟는 물가
구제역과 한파에 이어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가 민심을 얼어붙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주부클럽 청주소비자정보센터가 설명절을 앞두고 지난 20일 시내 재래시장과 중·대형마트 21곳의 제수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15만 962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2%가 올랐다. 이 같은 상승된 물가는 그대로 설명절 물가에 반영돼 서민들의 원성을 샀다.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주부 김 모(55) 씨는 “육류는 물론 채소, 과일까지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생활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살아가기 힘이 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무상급식 논란
전면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충북 보은군 산외면 이모(62)씨는 “아이들이 여름에는 찜통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겨울에는 덜덜 떨며 수업을 해 교육시설 개선이 시급한 데 이를 해결할 예산도 적다고 하는 현실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은 몰라도 먹고살만한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에게까지 공짜로 급식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정치권을 비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귀성객 이모(59)씨도 “현재 중·고등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학원을 가야하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사교육비 부담”이라며 “공교육활성화를 통한 사교육비를 줄여주고 학생들의 편익을 위한다면 무상급식 예산으로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사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