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혼선을 준 것 같은데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 공약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일 신년방송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 백지화를 시사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공약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공약이었다’라는 관련 자료들이 제시되면서 의혹과 추측, 반발 등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정당·정책정보시스템에 수록된 ‘17대 대통령 이명박 당선자 공약집’의 ‘공약6’에는 ‘초일류 과학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R&D 투자를 GDP 대비 5%로 확대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과학벨트 조성 세부 내용으로 ‘행복도시·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2007년 11월 28일 펴낸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공약집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항목에도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 BT·IT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인쇄돼 있다.
이 밖에도 2008년 7월 충북 방문과 2009년 1월 교육인적자원부 발표, 2010년 충북도 업무보고 등에서도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에 대한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이는 얼마 전 자유선진당이 공개한 동영상 자료 등에서도 확인됐다.
이처럼 관련 자료를 존재하고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식석상에서 ‘공약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좌담회 진행 중 대통령이 착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 문제가 이미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태인데 다 과학벨트에 대한 대통령의 ‘입’에 전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을 ‘착각’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 시사 발언은 검토된 계획 아래 의도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형님 지역(포항)으로 몰아주기 위한 수순’이라거나, ‘세종시 수정안 무산 보복’,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발목 잡기’ 등 각종 추축이 나돌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대통령의 공약 파기 발언이 즉흥적으로 나올 사안이 아니지만, 정부 여당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설명을 못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