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의심 신고로 자신이 일하던 농장이 폐쇄되고 월급을 받지 못하자 축사에 불을 지른 관리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모(44) 씨는 충북 괴산군의 한 돼지축사 농장에서 20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농장 관리인으로 일했다.
돼지사육과 축사관리 등의 일을 도맡아 하던 유 씨는 최근 구제역이 확산되자 축사 일은 물론 방역까지 일일이 신경 썼다. 하지만, 전국을 휩쓴 구제역에 돼지유통이 어려워지면서 유 씨가 일하던 축사는 경영난을 겪었고 유 씨 월급 지급도 덩달아 미뤄졌다.
더욱이 지난달 27일에는 축사 돼지에게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나타난 뒤 관계기관에 신고돼 축사까지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자 유 씨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명절을 앞두고 축사 폐쇄에 밀린 월급까지 받지 못한 유 씨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를 달래기 위해 축사가 폐쇄된 다음날인 28일 아침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은 유 씨의 초조함을 화로 바꿔놓았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유 씨는 축사 보일러실의 등유를 뽑아 냄비에 담아 자신이 생활하던 축사 조립식 주택으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한 유 씨는 등유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냈다. 불은 순식간에 조립식 건물 33.3㎡와 축사 1동 165㎡를 모두 태웠다. 불을 낸 뒤 유 씨는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축사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경찰조사에서 유 씨는 “축사 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 월급이 밀리고 축사까지 폐쇄되자 순간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경찰서는 1일 유 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