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전경대의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사건으로 경찰청이 특별점검반을 꾸려 전국 16개 지방청 전입 6개월 미만의 전·의경을 상대로 피해 신고를 접수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시위현장 등에 동원되는 전·의경들에 대한 기강 해이 등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선서의 경찰과 전·의경들은 구타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기강 해이나 전우애 실종을 걱정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경찰의 방침을 두고 ‘보여주기 식이 아니냐’며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26일부터 이틀간 경찰청 국장과 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점검팀을 꾸려 전국 16개 지방청에서 전입 6개월 이하의 전·의경을 불러모아 피해 신고를 받았다.

지난 23일 발생한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소속 전경 6명의 집단 탈영 사건과 관련해 이틀 일정으로 대원들의 속내를 듣는 자리였다.

충북에서는 경찰청 수사국장을 비롯한 4명의 특별점검 직원들이 27일 오후 2시부터 충북경찰청 회의실에서 도내 3개 부대 대원 67명과 중앙경찰학교 대원 등 77명을 대상으로 구타·가혹행위 여부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를 한 대원들 가운데 5명이 소원수리를 했지만 ‘두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욕설과 비난을 들은 적 있다’, ‘근무 시간이 너무 길다’ 등 비교적 가벼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경찰이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해 ‘칼’을 빼든 가운데 이번 특별점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6개월 미만의 전·의경의 일방적인 피해 신고 접수에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과 구타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강 해이나 전우애 실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청주의 한 경찰서 직원은 “너무 심하거나 인격 등을 모독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위현장에 투입되는 전·의경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욕과 구타는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6개월 미만의 전·의경의 지극히 일방적인 피해 신고만 가지고 구타나 가혹행위를 근절하려고 한다면 앞으로의 전·의경 기강 해이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주의 한 경찰서 상경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청주흥덕서 의경 자살기도 사건 이후 여파로 후임과 선임과의 관계가 계속 불편했는데 이번 일로 더 큰 벽이 생길 것 같다”며 “이번 일 이후 과연 어떤 선임이 후임에게 업무와 관련한 잔소리와 지시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서 수경도 “군대가 아니라 학교로 변해가는 것 같다”며 “전우애가 사라진 것은 물론 선임이 후임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는 날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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