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리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공기업 직원들이 최근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회사에 자신과 관련된 루머가 돌까 안테나를 세우는가 하면 업무와 관련된 기관 또는 거래처를 상대로 철저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 행여 그들을 통해 회사로 조금이라도 나쁜 말이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을 거래하는 기관이나 기업의 관계자들은 "최근 공기업 직원들의 태도나 분위기가 몰라보게 부드러워 졌다"고 한결 같이 말한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활동했던 공기업 직원 A 씨는 자신의 재임 시절 부적절하게 공금이 집행된 건이 노출된 이후 입주민들의 원성이 거세지자 몸을 낮춰 공개사과문을 작성해 단지에 부착하고 입주자 회의 임원직도 사임했다.

업무 관계자들과 수시로 술자리를 가졌던 다른 공기업 B 씨도 최근에는 모든 접대 자리를 사양하고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이런 몸 낮추기 현상은 공기업들이 앞다퉈 인원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일반화되고 있다.

정부가 69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15만 명에서 13만 1000명 수준으로 13% 감축키로 한 이후 각 공기업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인원 감축안을 발표하면서 공기업들의 사내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레일은 소규모 역사의 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발권시스템을 무인화시켜 전체 정원의 15.9%인 5115명을 감축하는 조직슬림화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10.3%인 159명을 정리하겠다고 이미 공식화했다. 역시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댐 광역상수도 신규건설 인력 축소를 통해 11.2%인 475명을 정리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한국농촌공사도 경지정리와 농촌수리시설 등의 건설인력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14.3%인 844명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 외에도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10~15%의 인력 감축방안을 속속 발표했다.

공기업 직원 이 모(45) 씨는 "국가 위기사태가 도래할 때마다 공기업이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며 "직원들의 불안감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확산되고 있고, 은연 중에 직원 간의 견제도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도운 기자 oja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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