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김모(42) 씨는 최근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가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고 대출을 늘려 어렵게 목돈을 융통했다. 그러나 재계약을 하루 앞둔 날 집주인이 일부 월세를 요구해 고민에 빠졌다. 대출이자에 월세까지 부담할 경우 도저히 생활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집주인은 ‘아니면 나가라. 들어올 사람은 많다’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어 A 씨의 설움만 커지고 있다.

#2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최모(33) 씨는 극심한 전세난으로 인해 신접살림을 차릴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얼마전에는 집을 보러갔다가 황당한 일까지 경험했다. 오래된 아파트를 시세보다 높게 주고라도 전세를 얻으러 갔지만 지저분한 벽지를 알아서 교체하라는 집주인의 말을 듣고 속이 상했다. 특히 욕실에 깨진 세면대까지 ‘그냥 쓰던지 바꾸던지 하라’는 얘기를 듣고는 울화가 치밀지경이었다.

극심한 전세대란이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작아만지고 있다.

최근 전국적인 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집주인들은 전세가 상향조정과 전월세 전환은 물론 세입자를 골라서 받기까지 하고 있다.

반면 당장 집구하기가 급한 세입자들은 대출을 늘려 주인의 요구대로 전세가를 올려주거나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전월세 전환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학기를 앞둔 1·2월 사이에 아파트 임대계약 70%의 계약만료 기간이 맞물려 있어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둔산지역 일부 아파트의 경우 전세물건이 나오자 마자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보내야 겨우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가를 올려받는 것은 당연하고, 일부 집주인들은 아파트 노후화에 따른 수리비용과 도배 비용까지 세입자에 전가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39) 씨는 “어렵게 부동산에서 연락을 받고 집을 보러갔는데 베란다 타일이 파손돼 있고 물도 새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며 “하자 부분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하자 ‘그냥 가라’며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왔다”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또 비교적 새 아파트 집주인들의 경우 ‘집이 더러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 세를 놓지않고 자비를 들여 일부 리모델링까지 할 수 있는 신혼부부들을 고르기까지 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의 얘기긴 하지만 전세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공급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세입자들이 설움을 겪는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