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문제가 신년벽두 대전지역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재정문제와 이념적 대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논쟁 뒤에 다른 속내가 숨어있어 앞으로 진실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밥을 먹이자”는 논리와 “무상급식에 재원을 쏟아붓게 되면 다른 부문에 대한 예산 배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공방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무상급식이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는 측과,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란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대전시와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일부 자치구가 첨예하게 격돌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 같은 주장과 달리, 당리당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자칫 시·구정은 물론, 교육행정의 근간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칫 당리당략적 이해관계에 함몰된 당론에 따라 행정이 춤추는 행태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건강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
게다가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 앞으로 지역개발을 위한 시정추진도 모두 포퓰리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컨대 구도심 활성화 시책의 경우 원도심 주민 만을 위한 인기영합주의 정책이고, 도시철도2호선을 건설할 경우 관통지역 주민 만을 위한 포퓰리즘이냐는 논거에 근거한다.
그런 돈으로 더 중요한 국방력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에 대한 반박 논지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16개 시·도 중 서울·울산·경북 등이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있고, 교육감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전 만이 반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모든 자치단체는 포퓰리즘적인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광역과 기초단체장이 굵직한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한다면 지방자치의 근간마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특·광역시의 기초단체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하고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적인 성격보다는 헌법상 의무교육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중학교 무상급식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국가 세금으로 밥 한 끼 먹이자는 주장을 ‘부자 급식’이라는 황당한 수사학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대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27일 ‘무상급식 의제를 더 이상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보면, 무상급식 도입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기관 간의 최소한의 토론과 협력은커녕 당사자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준비위는 또 “누가 뭐라 해도 무상급식 의제는 절대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을 논할 정치적 정쟁꺼리가 될 수 없다”며 “김신호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금이라도 당장 무상급식 전면 실시 요구에 대해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