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행정을 강조하는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각종 민원이 단체장에게 폭주해 단체장은 물론 비서실 등이 크게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민원이 관련부서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단체장 독대를 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 대표적인 민선 지방자치시대의 폐해로 손꼽히고 있다.
대전시장 비서실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민원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민원인들이 대부분은 40~50대 남성으로 시내버스 정류장 설치문제, 인도의 보도블록 교체문제, 주거지역 재개발 문제 등 민원내용도 가지가지다.
또 전임 시장 당시 실현되지 못한 민원사항을 해결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청하는 등 일부 민원인들의 백태는 비서실과 관련부서 직원들의 진땀을 빼기에 충분하다.
실제 ‘내가 지지해 시장이 당선됐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엄포족(族)을 비롯해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민원은 물론 심지어 이혼문제, 보증문제 등 허무맹랑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술을 먹고 찾아와 욕설을 퍼붓는 악성 민원인도 있어 비서실은 곤혹스럽게 하기 일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 비서실은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3~4명의 악성민원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지역 자치구도 민원인들의 청장실 방문이 거세다.
서구의 경우 2~3일에 한 번 꼴로 민원인들이 구청장실을 찾아 와 구청업무 전반에 대한 민원 해소를 요구한다.
최근에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요구, 복지시설 설립 등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민원과 계절적 민원인 제설작업에 대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비서실은 실무부서와 민원인의 중재자로 나서 합의점을 찾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유성구도 청장면담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의 행렬을 비껴가지 못한다.
특히 유성구는 매주 목요일 ‘청장과의 대화’를 운영해 매주 10여 명의 민원인들의 요구를 청취하고 있지만 쇄도하는 면담요청을 전부 수용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생산적 민원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면서도 “민원인의 사정을 일단 청취하고 관련부서로 인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청장실을 찾는 민원인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관련부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청장실에 해결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