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3개 시·도 당협위원장들이 25일 모여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를 촉구한 것에 대해 지역 정치권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충청지역과 연관 사안이 있을 경우 개별적으로 회동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3개 시·도 당협위원장 23명 중 17명이 참석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이에 대해 ‘과학벨트’ 논란에 직면한 한나라당 당협 위원장들의 심경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당협 위원장들은 과학벨트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놨다.

윤경식 충북도당 위원장은 “지금 과학벨트 문제에 대해 제 2의 세종시 사태라는 우려와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라며 “만약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조성되지 않으면 총선은 참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과학벨트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위원장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만 대전시당 위원장도 “한나라당이 힘을 합쳐 과학벨트를 충청권으로 유치해 오지 못하면 총선은 물론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협위원장들은 “최근 충청권 민심은 세종시 사태 당시로 점차 돌아가는 분위기”라며 “내년 총선에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당협 위원장들의 또 다른 부담감은 과학벨트를 이슈로 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의 집중 공략이다.

윤 위원장은 “야당에선 과학벨트 논란을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인 이익을 보려는 정략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충남도당 위원장도 “야당으로선 과학벨트 논란은 꽃놀이패와 같은 입장”이라고 걱정했다.

한나라당 당협 위원장들은 지난해 겪었던 ‘세종시의 아픈 추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세종시로 인해 추락한 충청권 내 당 지지도를 이제 겨우 추스른 찰나에 터진 ‘과학벨트 논란’은 총선을 치러야 하는 당협 위원장들의 입장에서 야당의 집요한 공격과 이에 따른 민심 추락 가능성은 ‘답이 안 나오는 일’이다.

충남의 한 당협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배출한 대통령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하면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과학벨트 논란을 지속시키는 것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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