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던 동료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될 때면 한동안 만감이 교차해 일손이 잡히질 않죠.”

언제부터인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가에서 선임자들의 퇴직을 축하하는 퇴임식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매년 금융권에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이 되풀이되면서 퇴직 축하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사라진 데다 정년을 채우는 경우도 드물어 퇴임식 대상자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것.

모 은행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2~3년 전부터 퇴임식을 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며 “해마다 명예퇴직으로 그만두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퇴임식 자체가 오히려 더 어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퇴직 대상자들은 가까운 동료에게만 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고, 다른 직원들 역시 알아도 모르는 척하거나 가볍게 인사하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심각한 금융위기로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금융권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새해 인사철을 맞아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명회퇴직을 하는 직원들은 가급적 조용히 나가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모두들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원도 “친한 동료가 아니면 명퇴 사실을 알아도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모습에 어쩌다 정년을 맞이한 사람들도 퇴임식을 갖기에는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나 홀로 퇴직’으로 조용히 일선을 떠나고 있다.

모 은행의 간부급 직원은 “퇴직을 환영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인지 정년을 채운 선배 직원들도 본인이 희망을 하는 경우에만 조촐한 퇴임식을 갖는 정도”라며 “친한 입사동기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먼저 퇴직할 때면 내가 남은 사실과 동료가 떠나는 현실이 교차하며 심란하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적주의가 좀 더 강하게 적용되는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모 증권사 직원 “금융 혼란기에 명퇴와 이직이 늘면서 퇴임식은 고사하고 진로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된 근무 환경이 동료의 퇴임조차 챙기지 못하는 각박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